성산2동성당 게시판

엄마! 우리집에 정말 신부님이 오셔?

인쇄

임성애 [lm1001] 쪽지 캡슐

2001-06-02 ㅣ No.1013

 

"엄마, 우리집에 정말 신부님이 오셔?     

"맞어 30일날 오실거야."   

"그럼 우리집에 오실때 뭐타고 오실까?"     

"차타고 오시지"

"신부님은 혼자 사셔?"  

"혼자 사시지"

"어디에 사시는데?   

"성당뒤에 풍림아파트에 사셔."

"그럼 밥은 누가 해 줘?"

"글쎄 신부님 엄마가 해주시나?"

"신부님 엄마는 어디에 사시는데?"  

"그건 엄마도 잘몰라"

"신부님 우리집에 오시면 옷은(제의)어디서 갈아 입으실까?"

".............."

 

"고백성사는 언니방에서 봐  아니면 내방에서 봐?"

"............"

 

"신부님 몸무게는 얼마나 될까?"

"............."

 

"신부님 키는 큰거야 아니면 보통으로 봐야돼?"

"................"

 

"신부님은 술도 드셔?"

".........."

 

"담배도 피우셔?"

".........."

 

"그런데 엄마. 신부님 우리집에 오실때 양말은 무슨 색깔 신고 오실까?"

 

"몰라---. 저리가 나중에 보면 알거 아니야.  그나저나  너 신부님 오셨다가  가실때까지  여기저기   어질러 놓으면 혼날줄 알어."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의 지대한 관심속에 드디어 신부님이 우리집에 오셨다.

 

내가 신앙생활한지도 벌써23년이나 된것같다.

고등학교 2학년때 세례를 받았으니까.

시골에서 천주교재단 중학교에 입학하여 내생애 처음 수녀님을 보았다.

수녀님이 너무도 신비하기도하고 무섭기도하고 ....  그런데 그때 우리 담임이 수녀님이 되셨다.  

교과목에 종교시간이 있었는데 가시관 쓰시고 피흘리시는 예수님이 어찌나무서웠던지 나는 책을 그쪽은 접어서 보이지 않게 해두었었다.

그런 내가 중3때부터 교리를 했지만 세례는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부모님 도장을 받아와야 하는데 그걸 못받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도 그곳으로 갔지만 고1때도 세례를 못받았다.

이유는 같은거였다. 고2때 수녀님이 안쓰러웠는지 세례를 받게 해주셨다.

3년만에 받은 세례였다.

온 친척을 통틀어 천주교는 고사하고 교회에 나가는 사람조차도 하나 없는 집안이었다.

그래서 나는 별쫑으로 낙인찍히고 이상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이름하여 "예수쟁이"

온갖 구박이 있었지만 그때 나를 도와 준것은 같은 동네 교우들이었다.

우리 엄마를 만나면 나를 칭찬해주고 또 내가 신자라고 우리 엄마에게 그렇게 잘 해 주었다.  그래서 우리엄마는 조금씩 나를 이해해주었고 특히 내 친구 마리아 (지금 자양 2동성당 본당수녀) 의 도움이 컸다.  

주일만 되면 나를 데리러 왔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보니 우리 친정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시어머니는 미신을 지독히도 지키는 분이었다.  

내가 성당 다니는 것을 알고 두다리를 뻗쳐놓고 울었다고 하신다.  

이혼을 시킬려고 했는데 내가 다시는 성당에 안 다닐테니 걱정말라고 해서 그일은 수습이 되었는데 지금 우리가 성당 다니는것을 알면 아마  우리랑 인연을   끊으실지도 모르겠다.  

집안에 무슨 안좋은 (시아주버님 교통사고까지도)일이라도 생기면 혹시 며느리가 성당에 몰래 나가서 그런것은 아닌가 싶으시어 전화로 내게 확인(경상도에 멀리계시니까 )하시고 친정엄마에게도 확인하신다.  

"안다니니까 걱정마세요"  이런 대답을 하는 내 자신이 너무 밉지만 시어머니랑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다.

어쩌다 시 어머니께서 오시면 초비상--     먼저 십자가를 내리고 성모상이나 묵주 등 성물을 치우고 아이들에게 절대 성당 다니는 표를 안나게 하기위해 교육을 시킨다.    

우리 가족은 성가정이 되었지만 신랑은 시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마음이 불편했는지 아니면 믿음이 없어서인지 냉담을 했는데 이번 반미사로 냉담을 풀었다.

이곳으로 이사온지 5개월이 되었다.  

우리구역은 물론 특히 우리반은 소공동체로서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뻐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반장님은 반장일을  완벽하게  보시고 계셔서" 반장은 저렇게 하는것이구나"하고 많이 배우고 있다.  

결혼하기전 시골 본당에서는 신자수가 적어서 신자끼리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신부님께서도 오늘은 누구집 제사라는것까지 알고 계셔서 제삿밥 드시러 가시기도 하셨다.

"어젯밤에 베드로씨집 개가 강아지를 5마리나 낳았다면서요?"  이런말은 기본이었다.

미사도 집집마다 다니면서 많이도 바쳤건만 나로서는 그림의 떡 .   

너무도 부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곳 성산2동에 와서 우리집에서 반미사를 하게 되었는데 나는 처음에 너무 흥분하여 며칠 잠을 못 잤었다.  

예수님께서 우리집에 오셨어도  이렇게 흥분했겠지?  

성서에 나오는 자케오 생각이 났다.

우리 딸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렇게 쓰잘데기없는 질문을 하고 집축성을 시작하려는데 코피가 났다. 그래서 콧구멍을 막고 기도문을 읽었다.  

미사 준비로 반장님은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신경성 배앓이를 하셨다.

그날 하필이면 물탱크 청소 관계로 물도 나오지 않아서 더욱 신경이 쓰였지만 그런것쯤으로 음식을 못할 5반이 아니였기에 식탁은 풍성했다.  

이렇게 재미있게 반미사를 마쳤다.  

23년만에 소원을 이루어 주신 하느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아멘

 

 

                            7구역 5반     임미카엘라



16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