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빙하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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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aldus119] 쪽지 캡슐

2005-08-12 ㅣ No.464

 

 

어떤 지질학자가 이런 얘기를 했답니다.
"만약 빙하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미 오래 전에 모든 생명이 계곡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을 것이다. 오염된 공기는 데워져서 위로 올라가는데, 그 공기가 빙하와 만나게 되면 다시 차가워져서 오염물질과 분리된다. 그렇게 해서 깨끗해진 공기는 계곡으로 다시 내려온다. 이 항구적인 작업이 없다면 죽음이 이미 인류를 덮쳤을 것이다."

세상살이에서도 빙하와 같이 오염된 대기를 다시 청정하게 해주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가령, 수도원이 그런 장소일 것입니다. 수도자들이 지속적인 기도와 묵상생활로 끊임없이 자신을 닦아가는 수도원은 하느님의 에너지가 집중된 곳이고, 그곳에 오래 머물러 있다보면 욕심과 미움으로 어지러워진 내면이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도원으로 며칠씩 피정을 가는가 봅니다.

성당도 빙하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성당은 매일 미사가 거행되는 거룩한 곳, 예수님이 성체의 형상으로 현존하시는 곳, 많은 신자들이 기도와 묵상을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성당 역시 하느님의 에너지가 집중된 곳이라고 하겠지요. 그런 성당에서 침묵중에 조용히 머물다보면 혼탁해던 마음이 조금씩 맑아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마음이 뒤엉켜있을 때, 짙은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앞길이 안 보일 때, 미움과 증오의 거친 물살에서 허우적거릴 때, 낙담과 실망의 무거운 바위에 짓눌려 숨조차 쉬기 어려울 때, 하느님의 에너지가 집중된 곳으로 달려 갑시다. 그곳에서 그저 아무말없이 얼마 동안이라도 조용히 그분의 에너지 속에 머문다면, 마음의 청정함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해 본 사람은 압니다. /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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