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청각장애인 성당건립 후원모금 |
---|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 대교구 청각, 언어장애인을 위한 사목을 하고 있는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입니다. 수색성당에서 청각장애인 성전건립을 위한 강론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주임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수색성당 교우 여러분들을 이렇게 뵙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교우 여러분들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 내리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교우 여러분께 제가 사제가 되기까지의 많은 일들에 대해 말씀드리고 여러분께 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과 청각장애인 성당건립의 필요성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널리 알려진 위대한 사람,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를 가진 헬렌 켈러(Helen Keller)여사는 많은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헬렌 켈러여사는 보이지 않는 것은 사물과의 단절이고, 들리지 않는 것은 사람들과의 단절이기에 그 고통은 크다고 말하였습니다. 몇 년 전 대전시의회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의원이 정례회 시정 질의에서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습니다. "청각장애인의 사회적 장애는 홀로 있을 때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일반인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고통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청각장애인은 사회적으로 소통에서의 단절, 교육에서의 배제, 정보문화에서의 빈곤화, 취업선택의 악순환, 일터에서의 고립 등으로 배제됩니다." 이게 우리 청각 장애인들의 아픔입니다. 저는 하느님의 이끄심을 느끼고 사제가 되고 싶다는 갈망을 어느 날 하게 되었고 사제가 되어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하느님의 일을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을 부르심이라고 하겠지요? 그래서 서울 가톨릭 대신학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아직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적 환경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신학교에서는 공부를 할 수가 없었고 청각장애인이 사제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그 때 제 마음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뜨겁게 자리 잡고 있어서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하느님께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시기를 기다렸습니다. 제 10년의 기다림 또한 혼자만의 기다림이 아닌 예수님과 함께한 시간임을 느끼며 저는 영적 아버지 신부님의 도우심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신학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신부님은 부모님께서 청각장애인이셨기 때문에 청각장애인 사제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고 계셔서 제가 사제가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해주셨고 저는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것은 언어의 장벽이었습니다. 낯선 언어를 한 가지도 아니고 두 가지를 배워야했습니다. 글을 읽기위한 영어와 소통을 위한 영어수화를 배워야 하였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주님께서는 “네 길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분께서는 몸소 해 주시리라” 는 시편 말씀을 통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저는 미국에 온지 10년 만에 철학과 신학공부를 겨우 마칠 수 있었고 논문도 어렵게 통과되어 졸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서울대교구 신학교에서 받아주셨습니다. 저는 3년 동안 더 공부를 한 끝에 2007년 사제성소가 시작 된지 23년 만에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사제가 된 저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전 2살 때 청각을 잃으면서 사제의 삶은 꿈도 꿀 수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이 사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예수님께서 부족한 저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시고 저도 희망으로 주님의 이끄심을 믿고 기다렸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긴 기다림 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다림은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제가 된 저는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지만 또 다른 어려움들을 겪어야만했습니다. 청각장애인으로서 사제의 삶은 다른 사제들과는 또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하나씩 깨닫고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과 부딪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지금 특수사목을 하고 계시는 신부님 13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다른 신부님들은 함께 식사할 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수화로 통역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저는 신부님들과 대화할 수 없어 그 웃는 모습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체 그냥 웃다가 조용히 텔레비전을 보면서 밥을 먹곤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저의 존재가 소외된 사제구나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곁에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소통할 수 없으면 깊은 침묵 속에 늘 혼자 있게 되는 게 청각장애인들입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화를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청각장애인끼리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게 됩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집근처에 성당이 있어도 수화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아무런 영적 치유와 힘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반성당 대신 집과 멀리 떨어져있어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성당에 다니고 있습니다. 농아선교회는 수유동에 있는 수녀회의 건물을 임대하여 20년 전부터 성당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 성당은 80여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일반 성당에 비해 너무 좁습니다. 요즈음 200여명이 선교회로 미사를 봉헌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80명이 들어가는 그 성당에 설 자리가 없어 성당 옆에 작은방에서 스크린을 통해 동영상 미사를 드려야하는 열악한 상황입니다. 며칠 전 금요일 서울대교구장 추기경님께서는 농아선교회가 준본당으로 승격되었다고 발표하셨습니다. 농아선교회 준본당은 지난 7월에 마장동에서 농아선교회 성당 신축공사가 시작 되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이 모두 편히 앉아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드릴 수 있는 성당이 설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우 여러분들께서 주실 후원금이 청각장애인들의 성당을 짓는데 쓰일 벽돌 하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수색성당에는 기도를 열심히 하시는 교우 여러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도의 힘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후원신청과 교우 여러분들의 기도에 힘이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성전이 세워지는 열매로 완성될 것을 믿습니다. 수색성당 모든 교우님들이 주님의 은총 안에서 늘 평안하시기를 기도 하겠습니다. 후원계좌는 우리은행 813 018782 13 101 예금주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입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