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2동성당 게시판

사자호감(四字好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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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준 [yjyoo] 쪽지 캡슐

2002-05-17 ㅣ No.1761

제가 44444번째 입장자임을 자랑스럽게 게시판에 올렸더니 말은 안 하지만 "그까짓 4자가 뭐가 좋다구..."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4자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4"라고 하는 숫자를 가장 좋아합니다.

특별히 좋아 하게된 배경이나 어떤 사건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그저 남들이 싫어하는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4자에 대한 어떤 사건이나 연계되는 말들을 찾다보니, 사(死)자와 발음만 같을 뿐 특별히 나쁠 다른 이유가 없었고, 그렇게 자주 접하다보니 이 숫자를 좋아하게 된 것이 이유라면 이유이겠군요.

 

4라는 아라비아 숫자는 0에서 9중 유일하게 한 획으로 쓸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사용하시는 컴퓨터의 구조나 프로그램 작성 시 4라고 하는 숫자는 무척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일일이 나열하면 컴퓨터 강좌가 되므로 생략...)

 

나이 사십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왈(子曰)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고(十有五而志于學)··중략··마흔에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되고(四十而不惑) ···중략···   일흔에 무엇을 하든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七十而從心所慾不踰)

 

사십이불혹’이란 단순히 의혹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나이 사십이란 인생의 과정 중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이며 따라서 주변상황이나 사람들과의 충돌이 많은 시기일 것입니다. 이렇게 상충되는 의견이 있을 때에 현혹됨이 없이 올바른 자기의 주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공자는 ’불혹’이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자왈..."에서 유래가 되어 15세는 ’지학(志學)’, 30세는 ’이립(而立)’, 40세는 ’不惑’, 50세는 ’지천명(知天命; 혹은 知命)’, 60세는 ’이순(耳順)’, 70세는 ’종심(從心)’이 나이를 의미하는 용어들로 사용되고 왔습니다.

 

누군가는 "30에 세운 뜻이 40에 와서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不惑의 의미이며, 40에 불혹이 되지 못하면 50-60에서 희망과 성공을 갖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라고 하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나이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40세가 인생(人生)의 길에 있어 어떤 위치가 되어야 하는가를 시사(示唆)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 속에서 나이{연령(年齡), 연세(年歲), 춘추(春秋)}라는 것은 자신의 삶의 척도 그 이상 가는 것이기에, 나이에 대한 올바른 정립은 삶의 설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인생을 포괄해서 절정 시기라고 할 수 있는 나이,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의혹되지 않는 삶. 완전한 삶 그것이 ’不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천진암엘 가보셨습니까?

천진암 입구에서 성지안내소에 이르는 길의 이름이 사암로(俟菴路)일 것입니다.

’사암’이란 바로 정약용 선생의 호(號)로 "뒷날의 성인을 기다려 얘기해 보아도 학문에 추호의 미혹함이 없다"(百世以俟聖人而不惑)라는 뜻의 ’기다림’의 의미로 자신의 학문에 대한 자신감이 베어 있는 호(號)라고 합니다.

이렇듯 불혹이라는 말은 여기저기서 많이 쓰여지면서도 일상에서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단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즉, "있지만 없는 둣하여 우리에게 이롭게 한다"라고나 할까요?.

오죽하면 "우리가 40세에 해야할 일"이라는 책까지 나왔겠습니까?

 

연도별로 역사를 조사해보면, 1784년에는 한국천주교회가 형성되었고, 1884년에 갑신정변이 일어나 우리나라 근대화 개혁의 주춧돌이 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우표가 발행된지(1840.5.6) 44년 후인 1884년 11월18일에 우리 나라 최초의 우표가 발행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효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4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모두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테니 여기서 줄이고...

각설하면, 남이 싫어하는 "4"자를 한꺼번에 5개를 얻었음은 남을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겠다는 의미라고도 해석한다면...너무 비약일까요?... 제 나이 올해 44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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