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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인 200만 바티칸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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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5-04-08 ㅣ No.101

[중앙일보 2005.04.06 18:49:10]

 

[중앙일보 오병상] 교황청은 6일 차기 교황을 결정하는 추기경단 회의인 콘클라베가 18일 시작된다고 밝혔다. 교황 서거 후 세계 각국에서 모인 추기경 100여 명은 사흘째 이어진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추기경단은 18일 오전 미사를 드린 뒤 오후에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콘클라베를 시작하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거한 교황이 남긴 15쪽 분량의 영적 유언도 낭독됐다. 유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교황청 대변인은 "8일 폴란드어 원본과 이탈리아어 번역본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황청은 또 이번 콘클라베는 차기 교황이 선출될 경우 선출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 굴뚝을 통해 관례대로 흰 연기를 내보내며, 동시에 종도 울리는 새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을 앞두고 교황의 모국인 폴란드에서 바티칸으로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영국의 더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폴란드 외무부는 5일 "약 200만 명의 폴란드인이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로마행 바람은 거세다.

폴란드 정부는 교황의 장례식날 모든 정부기관의 문을 닫기로 했다. 또 로마로 향하는 기차 요금을 50% 할인해주기로 했다. 폴란드에서 로마로 가는 평소 기차 요금은 960주오티(약 32만원)로 일반 육체노동자의 한 달 임금에 해당한다. 그러나 기차 좌석을 잡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한 인터넷 사이트는 ''로마행 기차표 4000장 판매''광고를 냈다가 15분 만에 수백만 명이 접속하는 바람에 다운됐다. 국영 항공사 역시 로마행을 매일 1편에서 5편으로 늘렸다. 로마 공항 사정상 더 이상 늘릴 수 없다. 민간 차원에서 ''자동차 함께 타기''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마을 교회 단위로 전세 버스를 구하고 있으나 차량이 절대 부족하다. 교황의 고향 마을 바도비체 사람들은 "외지에서 숨진 사람의 장례식엔 고향 흙을 가져다 함께 묻는다"는 전통에 따라 흙을 한 주먹씩 준비해 바티칸으로 향하고 있다.

폴란드인의 대이동에 따라 바티칸을 비롯한 로마시 일대에 모일 추모인파는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로마시 인구보다 100만 명 많은 숫자다. 로마에는 5일 이미 10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교황의 유해를 보기 위해 성 베드로 대성당을 찾았다. 5일 이들이 대성당에 들어가려고 선 줄이 8km에 달해 입장하는 데 7시간이나 걸렸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로마 인근 120km 이내 모든 숙박시설이 이미 만원"이라고 전하고 "모든 참배객들은 스스로 침낭이나 텐트 같은 장비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로마시 당국은 순례자들을 위해 무료 캠핑지로 10여 곳의 텐트촌과 대학 캠퍼스, 스포츠 시설 등을 제공키로 했다. 당국은 수백만 명의 순례자와 2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각국 정상급 지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치안을 강화하고 있다. 7일과 장례식날인 8일에는 반경 8km의 로마 상공을 봉쇄한다. 대공 미사일을 대기시키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찰기도 배치할 계획이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ob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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