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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완전 마비 … "제발 더 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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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5-04-08 ㅣ No.99

[중앙일보 2005-04-08 07:30]

[중앙일보 오병상] 지상 최대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로마 시내가 완전 마비됐다. 예상치 못했던 인파가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전임이었던 요한 바오로 1세의 장례식 당시 추모 인파는 75만 명이었으며, 세계 정상급 참석자는 100명도 안 됐다. 그러나 6일에 이미 로마 시민 수(300만 명)를 넘어서는 인파가 밀려든 것으로 추산됐다. 8일 장례식에는 400여만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로마에 도착한 조시 W 부시 대통령은 교황 장례식에 참석한 첫 미국 대통령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솔직히 걱정된다. 세세한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8일 치러질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을 앞두고 바티칸을 찾은 미국 공식 조문사절단. 왼쪽부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로라 부시 여사, 조지 부시(아버지)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6일 교황의 유해가 안치된 성 베드로 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조문하고 있다. [바티칸시티 AP=연합]

 

그러나 세세한 부분을 챙기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6일 120만 명이 교황의 유해에 참배하기 위해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몰렸다. 시간당 2만 명을 소화해 내던 바티칸 관계자들은 성당으로 입장하는 추모행렬을 독촉하기에 바빴다. 늘어선 행렬을 정리하기 위해 동원된 경찰만 5000명이다. 대기 행렬은 바티칸 주변 골목길을 채우고도 넘쳐 테베레강 서쪽 강변로를 따라 이어졌다. 일부 행렬은 강 건너까지 계속됐다.

 

밤이 돼도 행렬이 줄어들지 않자 바티칸 당국이 밤 10시 정각부터 추가 줄서기를 막았다. 바티칸 직원과 경찰이 "지금부터 기다리자면 24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장례식 준비를 위해 내일 밤 자정(7일 밤 12시) 대성당 문을 닫기 때문에 교황의 유해를 직접 참배할 수 없다. 더 이상 줄을 서지 마라"고 외치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는 사람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이 줄로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추모객은 장례식 행렬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아예 침낭을 깔았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추모객들은 계속 로마로 밀려들고 있다. 로마시 당국은 6일 "제발 더 이상 로마 시내로 들어오지 말아 달라"는 안내 광고를 시작했다. 7일부터 로마를 찾는 일반 추모객들은 교황의 유해를 직접 볼 수도 없거니와 장례식 장면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로마시는 7일 밤 12시 이후 모든 시내 사무실의 문을 닫고 일반 승용차의 운행도 전면 금지키로 했다. 8일 장례식 당일에는 장례에 참여하는 기마행렬 등의 노선 확보를 위해 바티칸으로 향하는 많은 도로가 폐쇄된다.

 

6일 부시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세계 정상급 요인이 속속 입성하면서 경호.경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로마 경찰 당국은 1만여 명의 경찰을 시내 전역에 배치했다. 로마시 주변 35km 상공은 전면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됐으며 로마 남부 치암피노 공항은 VIP 전용비행장으로 일반인 접근이 금지됐다. 상공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공중조기경보기(AWACS)의 지휘하에 경호.경비용 헬기가 선회하며 24시간 지상을 감시하고 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ob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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