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성당 게시판

오늘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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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만 [yoopaul] 쪽지 캡슐

2002-05-21 ㅣ No.1459

1.

   오늘 아는 수녀님이 종신서원을 한다기에 원주에 다녀왔습니다.  너무나 기뻐하는 수녀님의 환한 얼굴을 보니 사제서품 받았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폭포수처럼 저에게 내려진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때문에 저는 울지도 못했고 옆에 엎드려 눈물을 닦던 동창에게 손수건을 건네 주던 사제서품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는 13년... 너무도 변한 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정말로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주교님께서 저를 이곳 수색으로 보내셨나 봅니다.  사제생활을 다시 열심히 하라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2.

   지난 주일에 11시 교중미사에서 여러분에게 저의 당뇨병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당뇨가 생긴 것은 벌써 두 달이나 됩니다.  하지만 그 당시는 아버님께서 아프신 상태라서 밝힐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들에게까지도...  아버님 돌아가신 후 병원에 가 보았습니다.  예상대로 입원할 정도의 수치가 나왔습니다.  그 순간... 아!  오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님을 비롯한 가족들, 그리고 저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신자분들을 위해서라도 오래오래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당뇨병을 몰아내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신자 여러분의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3.

   원주에서 돌아오는데 동창신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동창신부의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전화였습니다.  향년 75세...  저의 아버님 돌아가시고 15일 만입니다.  사제관에 돌아와서 누룽지 끓여서 김치와 함께 저녁을 먹고 영안실로 달려 갔습니다.  동창신부는 삼형제가 신부라서 그런지 조문객들 때문에 발디딜 곳이 없었습니다.  저의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아들이 많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창신부가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것도...

아무튼 동창신부와 미사를 함께 드리고 몇마디 나누고 사제관에 돌아오니 새벽 1시 20분...  오늘 하루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오늘은 정말 은총의 날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루에 최고의 기쁨과 최고의 슬픔을 느낄 수 있게 하신 하느님께, 또한 그런 은총을 내려주신 하느님께 정말로 감사한 오늘이었습니다.

  

4.

   사랑하는 우리 수색 신자 여러분!  아이들... 될 수 있으면 많이 낳으시기를 바랍니다.  세번째 아이부터는 제가 소꼬리를 해 드리기로 약속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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