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수퍼스타 감사용 - 용(龍)이 머무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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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aldus119] 쪽지 캡슐

2005-08-25 ㅣ No.467

(요한복음 1. 45-51)


그때에 필립보가 나타나엘을 찾아가서 “우리는 모세의 율법서와 예언자들의 글에 기록되어 있는 분을 만났소. 그분은 요셉의 아들 예수인데 나자렛 사람이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는 “나자렛에서 무슨 신통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고 물었다.
그래서 필립보는 나타나엘에게 와서 보라고 권하였다.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시고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에게는 거짓이 조금도 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나타나엘이 예수께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하고 물었다.
“필립보가 너를 찾아가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시자 나타나엘은 “선생님,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는 그보다 더 큰일을 보게 될 것이다.” 하시고 또 말씀하셨다.“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너희는 하늘이 열려 있는 것과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수퍼스타 감사용 - 용(龍)이 머무는 자리”


얼마 전 「수퍼스타 감사용」이라는 영화가 나와 영화팬들에게 감동적인 인간승리의 참맛을 선사하였다. 감사용씨는 애초부터 야구선수가 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170cm의 단신에다 체중 70kg, 야구에 관한 전문교육을 받은 적도 없이 스스로 야구를 좋아한 이유 때문에 공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순수한 아마추어였다. 그런 그를 당시 만년 꼴찌 팀이었던 「삼미 수퍼스타즈」에서 받아들였다. 단지 팀에 왼손잡이 투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프로야구의 원년 1982년에 입단하여 1987년 은퇴할 때까지 그가 투수로써 남긴 기록은 1승 15패 1세이브에 방어율 6.08이 전부이다. 주로 이미 기울어진 경기를 마무리하는 데에 집중 투입되었기에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패전처리투수'였다. 자존심을 짓뭉개는 속상하고 몹시 불쾌한 별명이다.

등판할 기회도 자주 주어지지 않았던 있으나마나한 투수였고 6년간의 활동을 통해 그나마 1승이라도 건졌으니 유일한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1993년에 나온 통계를 보니 프로야구 20년간 은퇴한 758명의 투수 가운데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126명뿐이며 1승 이상의 성적을 올린 투수는 431명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나머지 327명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야구계를 떠났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보는 프로야구 경기이지만 그 1승이 얼마나 값지고 대단한 것인지 나는 기록을 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그런 보잘 것 없는 기록을 남기고 많은 빅 스타(big star)들 뒤로 이슬처럼 사라진 감사용씨를 영화는 그가 진정한 수퍼스타였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곧 그는 인간승리의 수퍼스타였다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최동원이나 박철순, 또는 선동렬 같은 투수의 화려한 기록과 경력에 우리는 그들이 참으로 대단한 국보급 선수들이었음을 인정하고 갈채를 보낸다. 그런데 어떤 무엇으로 보나 그들에 비해 밑바닥의 No. 3 투수였던 감사용의 이야기에 왜 사람들은 더 열광하며 감동과 희열을 느끼는가? 아마 그 이유는 나 자신이 그와 같은 이등인생이요, 넘버 쓰리이기 때문이요, 그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처럼 감정의 이입(移入)과 동화(同化)가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쓴 잔을 들면서도 내일에의 희망을 잃지 않으며, 스타 투수들에게는 그 흔하디 흔한 1승을 위해 인생 전체를 전력투구하는 No.3의 비애를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이며, 잡초처럼 질기고 모진 집념에 외경심을 가져야 한다는 인생의 교훈에 대한 절대공감인 동시에 결국 이뤄낸 그 1승이야말로 금자탑과 같은 인생승리라는 사실을 내가 외치고 싶은 까닭이다. 감사용 스토리는 1등이 되어야 하고 최고의 자리를 차지해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가르치는 이 세상을 향하여 '그게 아니다'고 일갈(一喝)하는 통쾌한 카타르시스이다.


나타나엘은 “나자렛에서 무슨 신통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고 말했지만 신통한 메시아이신 예수님은 나자렛 출신이시다. 예수님께서는 성서에 그 이름 한번 거명하지 않았던 갈릴레아의 조그만 촌동네 나자렛에서 사셨고 끝까지 '나자렛 예수'로 사람들 앞에 서셨다.

사람들은 예나 제나 1등과 최고에서 꿈같은 성공과 황홀한 승리의 열매를 기대하고 있지만 사실 역사를 보아도 그 결과는 언제나 별무신통(別無神通)하였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우리 삶의 현장과 따분한 이야기들, 늘 고만고만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내 가족과 이웃들, 그렇게 신통치 않아 보이는 곳에 하느님 나라의 큰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자. 예수님을 통해 명료하게 드러난 하느님의 뜻은 그런 것이었다. 예수님의 강생과 삶과 남기신 이야기들은 진정한 1승을 위해 우리가 어디에 그리고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야 하는지, 그 1승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욱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계신다.


로마 황제의 눈에 비친 예수님은 과연 어땠을까? 그러나 지금 이 지구 위의 어느 누구가 예수님을 수퍼스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가?


류종구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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