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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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9-07-04 ㅣ No.3910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7/4

 

많은 부모들이 자식이 아프거나 위험에 처하면 자신이 대신 그 고통을 겪겠다고 나섭니다. 그 누구보다도 그 어떤 경우보다도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이렇게 희생적이란 것을 우리는 체험적으로 겪어봐서 잘 알고 있고 또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에서 주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명하십니다. “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거라. 그곳, 내가 너에게 일러 주는 산에서 그를 나에게 번제물로 바쳐라.”(창세 22,2) 주 하느님의 명을 받은 아브라함은 아마도 밤새 한잠도 못 잤을 것입니다. 별별 생각들이 다 떠올랐을 것입니다. ‘백세를 넘어 주신 자식을 다시 데려가신다니, 이건 너무하다.’ ‘새 아들을 다시 주시겠지.’ ‘아마 하느님께서는 내 믿음을 시험할 뿐 아들 이사악을 데려가시지는 않을거야.’ 답답하고, 억울하고, 안타까운 감정에 휩싸이면서도 아브라함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을 것입니다.

밤새 고민하던 아브라함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이사악을 데리고 하인들과 함께 주 하느님께서 명하신 산으로 갑니다. 사흘을 지나 산에 오르는데 이사악이 묻습니다.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7) 아브라함이 자식의 이 질문을 받고 얼마나 당혹스럽고 괴로웠을까. 아브라함은 차마 네가 번제물이다. 여기서 네 생애가 끝나는 것이다.’ 라고 말하지 못하고, 찢어지는 가슴을 부등켜안고 말합니다. “얘야, 번제물로 바칠 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8)

드디어 산에 올라 아들 이사악을 묶어 제단 장작 위에 올려놓고 자식을 제물로 바치려는 순간, 주님의 천사가 하늘에서 아브라함을 말립니다.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 그에게 아무 해도 입히지 마라. 네가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 나를 위하여 아끼지 않았으니,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는 줄을 이제 내가 알았다.”(12) 우리의 모든 것을 다 바쳐야 응하시는 하느님, 온전한 순종을 기다리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봅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보니, 덤불에 뿔이 걸린 숫양 한 마리가 있어, 그 숫양을 대신 번제물로 바칩니다. 그리고 그곳을 야훼 이레’(14)라고 명명합니다. “나는 나 자신을 걸고 맹세한다. 주님의 말씀이다. 네가 이 일을 하였으니, 곧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 아끼지 않았으니, 나는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한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 너의 후손은 원수들의 성문을 차지할 것이다. 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15-18)

 

이 기사는 당시 근동지방에서 어린 아들을 제물로 바치는 풍습에 빗대어 쓰여진 사화입니다. 이스라엘은 이 기사를 통해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사랑하셔서 사람을 번제물로 바치는 것을 원하시지 않는다는 신앙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한편 이 기사를 통해 사람이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는 것을 알고 되돌려 주시는 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구하시기 위해서는 외아들 예수님을 제물로 삼으실 정도로 인간을 사랑해주셨다는 믿음을 더욱 굳게 해주는 기사이기도 합니다. 인간을 사랑하시고 구해주시는 주 하느님과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님께 감사드립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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