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 2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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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영 [ds1bkx] 쪽지 캡슐

1999-02-23 ㅣ No.52

 

                         사순 제 2주일에...

 

  큰 바위를 가르며 뿌리를 내리는 생명력이 강한 소나무도 자리를 옮기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뿌리를 내리는데 3년 이상이나 몸살을 앓는다고

합니다.

 

  "네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요즘 같으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참으로 즐거운 일이지만, 씨족사회 곧 혈연으로 뭉쳐진 공동체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순

명하려면, 가족과 정든 고향과의 이별의 아픔과 또한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마저도 감수해야합니다.   그는 계속

길을 가면서 하느님께 그 길을 물어야 하며,  하느님의 응답도 들어야 합니

다. 무엇보다 하느님에대한 전적인 신앙과 의탁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길을 떠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고향에 머물러 편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의 뜻을 따를 것인가?'

  하느님의 뜻을 따르자니, 이별과 포기와 버림의 아픔이 큽니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삶이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느님께 순명합니다.   하느님만 믿으며 모든 아픔과

두려움을 감수하며 미지의 세계로 떠나려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

을 통해 당신의 백성을 새로운 땅에서 일으키고자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현실의 편안한 삶에 안주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보여 주실 새로운

세계로 떠났습니다.

 

  새로운 삶의 출애굽이 아브라함 안에 실현됩니다.

  이러한 아브라함의 결단은 '신앙'이 무엇인지, 또한 신앙인이 지녀야 할

삶의 자세를 잘 보여 줍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내어 맡김'은 신앙인이

지녀야 할 삶의 자세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을 믿었고, 결국 길이 복을 받게 되고, 나아가 만백성이

그의 덕을 보게 된 것입니다.

 

  이번 주일의 복음은, 예수께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

살렘으로 가시던 길에, 타볼산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 야고보, 요한 만을 데리고 타볼산(해발 533미터)에 오르

셨습니다. 그런데 굉장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예수님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눈부시게 빛이 났습니

다. 그리고 난데없이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

었습니다.

  이 얼마나 황홀한 광경입니까?

  아마도 제자들은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제가 초막을 셋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에게,

   하나는 엘리야에게 드리겠습니다."   

 

  베드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더니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 말을 들

어라."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습니다.

  제자들은 너무나 두려워 땅에 엎드렸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가

가셔서 손으로 어루만지시며 "두려워하지 말고 모두 일어나거라."하셨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당신이 가야 할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일어날 일, 곧 당신의 죽음에 관한 예언을 하셨습니다. 예수

님께 대한 하느님의 뜻은 너무나도 가혹한 '죽음', 곧 만인을 위한  '십자가

의 죽음'이었던 것입니다.그러나 예수님은 초연히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

으로 향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순명으로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실현되었고, 인류는 구원의 시대

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떠나라."

 

  아브라함도, 예수님도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며 하느님께서 제시하신 길로

떠났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어려움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게 될 때, 하느님의 축복이 주어지게 됨을

봅니다.

 

  우리는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십자가의 수난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느끼며,  참회와 회개의  삶을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는 은혜로운 사순시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이 사순시기를 나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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