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성당 게시판

어떤 꼬마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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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남 [oyoo] 쪽지 캡슐

2001-03-16 ㅣ No.824

장난꾸러기 선우는 동화책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왠만한 이야기는 들을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성당에 새로 부임하신 마태오신부님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알 것도 같은데 모르는 알송달송한 얘기들을 잘해 주셨기 때문에

선우는 툭하면 신부님에게 동화를 들려달라고 떼를 쓰곤 했지요.

한번도 거절하지 않으신 신부님을 선우는 참 좋아했습니다.

 

 이번 이야기도 그랬습니다.  

어디선 가 들은 얘기같은데 확실한 기억이 떠 오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선우는 눈을 더욱 반짝이며 신부님곁으로 다가갔습니다.

확실하게 아는 얘기라면 에이,하고 신부님을 놀리려는 속셈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말이다. 그 다리가 부러진 꼬마새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슬피 울었단다.

  그렇게 친했던 친구들도 모두 도망가 버리고

  밤은 더욱 깊어지고,,,선우야, 네가 그 꼬마새라면 어떻게 했겠니?

 

선우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엄마새의 말을 듣지 않고 그 새들이 숲에서 너무 멀리 날아왔던 것입니다.

 

괜찮아,괜찮아, 괜찮아. 가자,가자,가보자,멀리멀리 가보자!

 

재잘거리며 노느라고 정신이 없었던 꼬마새는 사냥꾼의 총에 다리가 날라간 엄마의 큰 걱정을 몽땅 까먹고 만 것입니다.

 

꼬마새는 그러나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만 조심하면 되지 뭐!'하며 모자를 깊숙히 쓴 사냥꾼이 근처에 있나 없나를 수시로 살폈습니다.

 

 -아예, 사람들 사는 근처엘랑 가지마라!

  아무리 근사한 말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너를 잡아 먹을꺼야...우린 새니까!

 

엄마새의 신신당부가 떠 오르기도 했지만

노랗고 빨간색이 아름다운 첨탑이 있는 성안으로 날아 들어간 새들은 마당 안에 가득히 맛있는 콩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엄마새의 충고를 잊고  정신없이 그 콩들을 쪼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콩이 있는 마을에 얼씬도 못하게 한 엄마새가 밉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숲속 바깥의 세상이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신기한 일도 많고 이렇게 맛있는 콩도 많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때, 덜컥하고 하늘이 깜깜해지더니 커다란 바구니가 꼬마새를 덮쳤습니다.

그 꼬마새는 너무 맛있는 콩 때문에 그만 덫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이쿠, 큰일났구나.

 

몸부림쳤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입니다.

꼬마새는 그 바구니가 덮치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졌던 것입니다. 하필, 나람! 재수없게..

그 와중에서도 꼬마새는 남의 탓을 했지요.

화들짝 놀란 친구들은 어느 틈엔가 도망쳐서 꽁무니 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괜찮아,괜찮아,괜찮아,우리가 같이 있으면 괜찮아라고 하던 친구들이었는데...

막상 위험이 닥치자 모두들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도망쳐 버린 것입니다.

부러진 다리를 감싸안고 꼬마새는 엉뚱하게 친구들만 원망했습니다.

선우는 신부님이 '선우야, 네가 꼬마새라면 어떻게 했겠니?' 하고 묻는 말에

선우는 눈만 껌뻑거렸습니다. 그것은 엄마말을 듣지않고 멀리 놀러 나간 꼬마새가 잘못한 것도 같았지만...

그렇다고 놀고 싶다는게 그렇게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우는 속으로 피이,하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 도망쳤는데 그 꼬마새가 잡힌 것은 정말 재수가 없었을 뿐

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했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이 조용히 말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말이다.

  잡힌 꼬마새는 너무 깜찍하게 생겼기 때문에 그 나라 왕자님에게 바쳐졌단다.

  왕자는 꼬마새가 다친 것을 가엾게 생각해서 잘 치료해줬단다.

  그리고 그 나라에서 제일 좋은 황금 새장을 꼬마새에게 만들어 주었고,

  제일 좋은 둥우리를 꼬마새에게 주었으며, 제일 좋은 먹이를 주었단다.

  ..그러니 꼬마새는 너무나 행복했단다.

  숲속에서는 먹이 하나를 찾으려면 얼마나 많이 날아야 했는 지 몰랐고,

  설령 먹이를 찾았다해도 나쁜 새들이 많아 뺏기기 일쑤였기 때문이란다.

  어떻든

  꼬마새는 좋은 잠자리,좋은 음식때문에

  어느 새 친구들도 잊어버리고 엄마새도 잊어 버렸단다.

  꼬마새는 왕자님이 나타나면 재롱을 잘 떨었고,

  재롱을 잘 떠는 꼬마새가 신기하고 예뻐서 왕자는

  심심하면 그 꼬마새에게 왔단다.  

  그런데 말이다.

  꼬마새는 언제부터인가 쓸쓸해지기 시작했단다.

  공연히 슬퍼지고 외로워지기 시작했단다.

  선우야, 맛있는거 잘 먹고, 편하게 잘 자는데 왜 꼬마새는 슬퍼졌을까?

 

선우는 그건 쉽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 그건요... 새는 맘대로 하늘을 날아다녀야 하는데

  그 꼬마새는 새장에 갇혀 살기 때문에 속상해서 그래요.

 

선우가 그렇게 대답하자 신부님이 끄덕이시며 대답을 잘했다고 칭찬하셨습니다.

그 바람에 선우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선우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그 다음 얘기는 뻔했기 때문입니다.

마음씨 좋은 왕자님이 꼬마새를 훨훨 날려보내줬다! 바로 그 얘기일테니까요.

선우는 순간 엄마를 생각했습니다. 그와 비슷한 얘기를 엄마에게 들은 것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우는 더 이상 아는 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신부님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 얘기를 자기가 다 안다는 사실을 신부님이 눈치챈다면

신부님이 크게 실망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우는 제 속마음을  

감쪽같이 감추고 그 담에는요? 하고 신부님의 얘기를 재촉했습니다.

 

 -그래,맞아...그 꼬마새는 자유를 잃어버린거야.

  그런데 선우야, 그 꼬마새가 엄마새의 말을 듣지않고 자기 하고싶은대로  

  했는데...그건 자유가 아닐까?

 -예?....그건....

선우는 머뭇거렸습니다. 자유같기도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으니까요.

신부님은 머뭇거리는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그래, 선우는 아직 어리니까 알쏭달쏭할꺼야.

  그건 자유가 아니란다. 그게 자유라면 왕자님이 그 꼬마새를 새장에 가둔것도  

  자유겠지.

  그건 <제 마음대로하는 것>일 뿐이란다. 이기주의라고도 말한단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런 사람에게 <버룻없다>는 말을 하는거란다.

  선우야, 네가 남들에게 버릇없다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좋겠니?....그래서

  자유라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한다든가...

  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아야한다는 범위안에서 누려야하는거란다.   

 

선우는 갑자기 부끄러워 졌습니다. 엄마의 얼굴도 생각났습니다.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는 그동안 너무 천방지축 까불었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그런 선우를 금새 눈치채셨습니다. 신부님은 얘기를 계속하였습니다.

 

-그런데  왕자가 무서운 표정을 하면서 벌컥 화부터 내었단다.

'내가 너에게 잘 먹이고 잘 재워주는데

  너는 무엇이 부족하여 요새는 노래를 하지 않느냐?'하고 소리를 지른 것이란다.

  왕자로서는 이해가 가질 않았지. 그러나 꼬마새는 왕자님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놀라서 <자유가 그리워요, 훨훨 하늘을 맘껏 날고 싶어요>라고 말하려던 생각을

  버리고 더욱 입을 굳게 다물고 말았단다.

  다급해진 것은 왕자의 시종이었단다. 그 꼬마새 때문에 왕자님이 기분이  

  좋았었는데

  이제 그 꼬마새 때문에 왕자님이 부쩍 신경질을 냈기 때문이란다.

  시종은 꼬마새에게 애원을 했단다.

  도데체 요즘 네가 그렇게 까다롭게 구는 까닭이 무엇이냐? 제발 말 좀해다오...

 

선우는 조갈증이 났습니다.

제 생각이 빗나간 것은 둘째치고라도 어느 새 꼬마새가 불쌍하게 생각되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꼬마새야, 날아가고 싶다고 해! 훨훨 날아가고 싶다고 말해!>

신부님 턱밑에서 안달복달을 했습니다. 신부님의 얘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세상에서 뭐든 마음대로 했던 왕자는 화를 내다가 시종을 꼬마새가 살던  

  숲속으로 보냈단다.

  '가서 저놈이 왜 그런지 그 연유를 알아가지고 오너라!'

  '그 연유를 알아오지 못하면 너도 죽여버리겠다!'  

  시종은 자기 자신도 왕자에게 묶여 살고 있기 때문에 꼬마새의 심정을  알만도

  했지만  오랫동안 시키는 일만 해 왔기때문에 아무 생각도 없이 벌벌 떨면서  

  '예'하고 대답하고는 숲속으로 쫓아 갔단다.

  시종은 그 꼬마새가 살던 곳을 금방  찾을 수 있었지.

  숲속에는 꼬마새와 똑같은 엄마새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단다.

  시종은 참으로 놀라웠단다. 어떻게 저렇게 꼭 빼닮을 수가 있을까?

  시종이 엄마새를 발견하자 자기가 숲속에 온 까닭을 말했단다.

  먹이도 먹지않고 잠도 잘 안잔다는 얘기를 들은 엄마새는 갑자기 나무 가지에서

  뚝 떨어져 기절했단다.            

  시종은 엄마새가 죽은 줄 알고 그 길로 한달음에 왕자에게 와서 본대로 고했지.

 

  '엄마새가 죽었어요.

   저 꼬마새가 밥도 안먹고 빌빌 거린다고 말하자마자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어요'

 

  그러자 그 얘기를 듣던 꼬마새도 엄마새처럼 새장안의 둥지에서 뚝 떨어져 기절했는데

  마치 죽은 것 같았단다.

 

선우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신부님, 그 새들을 살려 주세요.

  그러면 아마 꼬마새가 다시는 엄마새 말을 어기지 않을꺼예요. 살려주세요.

 

신부님이 웃으셨습니다.

-그래, 선우야...신부님 말을 끝까지 다 들어 보아라.

  그 꼬마새는 죽은 게 아니었단다. 시종이 엄마새 얘기를 할 때

  문득, 엄마새가 자기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 지 알아 차린 것이란다.

  그만큼 꼬마새는 엄마새를 사랑했고 엄마새는 꼬마새를 사랑했던거지.

  경솔한 왕자는 화가나서 '저 죽은 꼬마새를 내다 버려라!'하고 명령을 했지.

  시종은 꼬마새를 새장에서 꺼내 성 밖으로 휙 던져버렸단다.

  선우야...그 꼬마새는 어떻게 됐을까?

 

  선우야, 그 꼬마새는 성 밖으로 던져지는 순간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갔단다.

  정말 살아있는 새처럼 힘차게 힘차게 날아 올랐단다. 꼬마새는 엄마새를 맘껏

  부르며 다시는 다시는 엄마말을 어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단다.

 

신부님이 웃으면서 말씀을 마치자마자 선우는 야호를 외치며 좋아라 했습니다.

세상에는 무서운 왕자님도 있다는 게  이상하게도 생각되었지만

선우는 집으로 막 뛰어가면서 엄마를 꽉 껴안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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