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치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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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호 [morningnews] 쪽지 캡슐

2006-06-07 ㅣ No.3035

우리 큰형 요셉은 굳세게 냉담하면서 동생이 복음을 설파하려면 '너나 잘해라'라는 말을 반복하였습니다. 심지어 어머니는 제사때에도 그런말을 안했으면 좋겠다 하였고 가족 선교는 한편의 짐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짧은 위령기도를 아이들과 함께 바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제작년에 카타리나 형수가 대장암 말기를 선고 받아 봉성체중에 있기도 합니다.

어제는 충치가 너무 아파 미루었던 대부님이 운영하는 치과를 갔으나 공휴일이라 문이 닫혔습니다.

오는 길에 그 옛날 빈 성당을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진통제의 힘인지 어제의 기억을 여유롭게 그려봅니다.

생각과 말과 행위의 침묵이 어려웠지만 치아의 고통이 그것을 잠식시켜주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죽은 고요가 아닌 산고요로써도 치통만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머리까지 지근 지근하던 원인의 잡념들이 사라짐으로써 그 고통이 조금 삮혀지기도 하였습니다.

과거와 미래에 분산되려던 나의 그것이 치아의 고통만을 집중하게 된 것도 행운이었던 듯 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이 본당의 아픔에 젖은 사람들과 회초리를 들어야 했던 사제와의 갈등을 보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계실 예수님과 성모님이 제대 오른쪽에 함께 있슴을 바라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제 자신은 늘 스스로에게 외치기도 합니다.

'너나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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