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맹자의 4단(四端)-7월 6일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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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준 [praxis] 쪽지 캡슐

2009-07-07 ㅣ No.9873

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소식
2009년 7월 6일 | 기도회 22일째 | 참사 168일째

 

오늘은 지난 6월 15일 전국 사제 1265인의 결의에 따라 진행되는 '제3차 전국 순례 사제시국기도회'가 마산교구 상남동성당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많은 신부님들께서 상남동성당으로 모이셨지만, 서울 용산참사 현장에서도 생명평화미사가 빠지지 않고 봉헌되었습니다.

 7월 6일 생명평화미사는 모두 스물아홉 분의 신부님들께서 공동으로 집전하셨습니다. 광주교구의 이영선 신부님께서 주례를, 진우섭 신부님께서 강론을 맡아 주셨습니다. 또한 예수회 한국관구장이신 신원식 신부님께서도 공동집전하셨습니다. 

  

  

 

공동집전 신부님

■ 광주교구
- 안호석, 이영선(주례), 김태균, 김희성, 박홍기, 장승용, 양요섭, 오경섭,

   이요한, 최종훈, 이건, 진우섭(강론), 이준, 홍진석, 고근석, 김영호

■ 서울교구
- 이강서, 나승구, 안충석, 송영호

■ 의정부교구
- 박명기, 박철호, 최성우

■ 전주교구
- 문정현 

■ 예수회
- 신원식, 김정대, 이근상

■ 청주교구
- 김인국

■ 원주교구
- 안승길

 

<강론>

맹자의 4단(四端)

 

진우섭 신부(광주교구)

 

이 곳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저에게 개인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창조주 하느님이 나를 사람으로 지으실 때 어떻게 살기를 원하셨을까?”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 온통 “사람”에 대한 질문들입니다.

 

 

 

  여기서 죽어간 열사들도 사람이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 몬 경찰과 용역 깡패들도 사람입니다. 그들을 뒤에서 지휘한 이들도 사람이고 이 곳을 재개발해서 거대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도 사람입니다. 다 똑같은 이름의 “사람”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다 똑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 천차만별입니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이 착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이라면 지녀야 할 네 가지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는 측은지심. 남을 사랑하여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아픈 사람이 보이면,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보면, 우는 사람을 보면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이것이 바로 어짐의 극치입니다.
두 번째는 수오지심.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입니다. 옳지 못한 일을 한 뒤에는 양심에 비추어 그 일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옳지 못한 일과 그 일을 한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입니다. 이것이 바로 옳음의 극치입니다.
세 번째는 사양지심. 양보하고 공경하는 마음입니다. 양보는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큰 힘을 지닌 사람이 사랑을 가지고 배려하는 것입니다. 젊고 근력이 있는 젊은이가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듯이. 그리고 그 양보에는 무덤덤한 마음이 아니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공경심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절의 극치입니다.
네 번째는 시비지심입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입니다. 어떤 일에 대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자연의 질서와 양심과 상식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혜의 극치입니다.

바로 이 네 가지의 마음이 있기 때문에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고 합니다. 저도 그 이야기에 동의했는데 이 곳 용산에 와 보면 그 성선설에 정말로 동의해야 하는지 회의가 밀려 옵니다. 여기에는 어짐을, 옳음을, 예절을, 지혜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살아 보겠다며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망루에 올라 간 힘 없는 사람들을 무참히 폭력으로 진압한 사람들. 그 결과 다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 누구 하나 이들의 죽음을 측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 누구 하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거나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 누구 하나 이들의 고통 앞에 자신의 권력과 자신의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 하나 이 일에 대해 옳고 그름도 필요 없다는 듯 묵묵부답입니다.

   며칠 전 본 미카 예언서 3장 1절부터 4절의 말씀이 떠 오릅니다. 하느님께서 미카 예언자를 통해서 백성을 억압하는 지도자들을 거슬러 경고하는 말씀입니다.
  “야곱의 우두머리들아, 이스라엘 집안의 지도자들아, 들어라. 공정을 바로 아는 것이 너희 일이 아니냐? 그런데 너희는 선을 미워하고 악을 사랑하며 사람들의 살갗을 벗겨 내고 뼈에서 살을 발라낸다.
그들은 내 백성의 살을 먹고 그 살갗을 벗기며 그 뼈를 바순다. 내 백성을 냄비에 든 살코기처럼, 가마솥에 담고 고기처럼 잘게 썬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주님께 부르짖겠지만 그분께서는 그들에게 응답하지 않으시리라. 그때에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얼굴을 감추시리니 그들이 악하게 행동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죽은 소녀를 살려달라고 청하는 야이로의 청을 기꺼이 들어주시며 딸의 손을 잡으며 일어나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 분께서 용산의 열사들을, 유가족들을, 공권력에 무참히 짓밟힌 모든 이들에게 "일어나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승리할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지녀야 할 마음들을 지니고 살아가는 한 명 한 명의 우리 이웃들이 끊임 없이 이 곳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힘내십시오.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대한민국의 99%의 진정한 사람들이 여러분들을 기억하고 여러분들의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100여명의 신자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입당을 준비하고 있는 신부님들

 

 

 봉헌 시간에 제대 앞 영정에 올린 초

 

 민주노동당 곽정숙, 이정희, 권영길 의원도 미사에 참석해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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