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우리는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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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건 [kbk0120] 쪽지 캡슐

2009-02-19 ㅣ No.763

 

님은 갔습니다.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 중략 ~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이승에서의 소임을 다하시고
하느님 곁으로 돌아가신
추기경님께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으로 달래봅니다.
 
당신께서는
자신의 몸을 불태워 어두운 세상을
환히 비추는 밝은 촛불이셨기에,
하느님의 어린양들을 성심껏
돌봐온 착한 목자이셨기에,
혼탁한 이시대의 살아 숨쉬는
양심이셨기에,
해맑은 미소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선량한 이웃이셨기에
추기경님을 이승에서 다시 뵙지못한다는
크나큰 슬픔으로 우리 모두는
흐르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추기경님께서 이승에서의 무거운 짐을
이제는 모두 내려놓으시고
하느님의 곁에서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상을 받으시리라 믿기에,
그리 멀지 않은 훗날
우리들도 천상낙원에서
당신을 다시 뵈올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보내드려야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추기경님!
당장은 그것이 어려울 듯 합니다.
 
당신의 해맑은 웃음을 떠올리니
또 다시 눈물이 흐릅니다.
 
 
 
제 생애동안 당신과 같이 훌륭한 사제를
뵈올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당신께서 행하시며 가르쳐주신
모든 것들을 마음에 깊이 세기고
행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하느님! 당신의 착한 종
김수환 스테파노를 당신의
품안에서 편히 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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