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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경순 [veronicam] 쪽지 캡슐

2005-02-05 ㅣ No.3431

64살 장애 몸으로 문학박사 학위 받은 김형민씨
809 호
발행일 : 2005-02-06

한손으로 자판 두드려 논문 집필...성공 받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
 이달 하순 한양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 김형민(아우구스티노, 64)씨.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다 3급 지체장애인이다. '사오정', '오륙도'라는 유행어와 장애의 불편이라는 말은 그와 거리가 멀다.

 64살이면 대학 강단에서도 퇴출 0순위지만 한양대에서 7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게다가 영어 동시통역 실력이 뛰어나 그 분야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른다. 학위논문 제목은 '신심서적 영한번역 방법에 대한 대조 연구.'

 영한번역에 관한 논문은 외국어 전공자들이 쓴 것이 대부분이다. 김씨 같은 한국어 전공자가 쓴 논문은 거의 없다. 그것도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신심서적을 대상으로 했다.

 그는 신심서적 번역과정에 일반 번역이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또 무엇을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지 살폈다. 원서와 번역서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대조, 분석하는 고된 연구였다.

 한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그는 "논문을 쓰면서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귀담아들을 만한 몇가지 정보를 제공했다.

 먼저 신심서적은 원저자의 영성에 대한 직ㆍ간접적 체험이나 이해가 있는 사람이 번역해야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영어실력만 갖고 번역한 책에서 수많은 오류를 찾아냈다.

 또 1인칭 단수대명사 '나'와 '저', 복수대명사 '우리'와 '저희'의 영적ㆍ언어학적 의미를 분석했다. 그는 '주님의 기도'에 나오는 '저희'는 '우리'로 바꾸고, 신심서적에서 '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로 번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그동안 「주여, 왜?」(생활성서사 발행)를 비롯해 신심서적 9권을 번역하면서 쌓은 실무경험이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원래 모 재벌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중역이었다. 외국출장을 나가면 런던에서는 롤스로이스, 뉴욕에서는 캐딜락을 타고 다녔다. 연세대ㆍ미국유학ㆍ경영대학원까지 모두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수재라서 남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나 그때는 하느님을 몰랐다. 그런데도 "하느님을 알려거든 내게 물어보라"며 교만을 부렸다.

 40대 초반 어느날, 그에게 갑자기 언어장애ㆍ기억력장애ㆍ안면신경마비가 닥쳤다. 그토록 패기만만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손가락 하나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이 됐다. 울분과 절망뿐이었다.

 이윽고 하느님과 담판을 짓겠다는 심정으로 세례를 받았다. 방에 틀어박혀 천주교 서적 200여권을 섭렵하면서 하느님을 제대로 알게 됐다. 그제서야 이기심과 교만으로 닫혀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성령쇄신기도회에서 통회와 치유 은사까지 받은 그는 그때부터 하느님 구원사업에 동참했다.

 하느님이 주신 달란트는 번역과 통역. 미국인 교우들을 위한 영어 꾸르실료 봉사와 신심서적 번역에 전념하면서 살아왔다.

 그는 "하느님을 몰랐다면 아마 신학자들이 지옥이라고 말하는 붕괴와 무(無) 속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주님은 영적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고통 뒤에 은총을 내려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곁에는 '고마운 벗' 부인 유봉현(가타리나)씨가 있다.

김원철 기자wckim@pbc.co.kr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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