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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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슴
이 형 기
친구여 내게는 가슴이 없다 있는 것은 다만 허구의 장치 마타호른의 눈사태처럼 무너져 내리는 벼랑일 뿐이다
그것은 틀림없이 조난을 약속한다 그 조난자의 최후의 비명이 고성능 마이크를 타고 퍼지는 그러나 누구도 듣지 못하는 절망의 헛된 메아리를 약속한다
그러므로 찬구여 나의 가슴은 벼랑이 아니라 벼랑을 삼킨 함정 마침내는 지구까지 송두리째 둘러 꺼지기를 기다리는 음흉한 꿈이다
그 꿈이 밤내 휘두르는 곡괭이 펑펑 터트리는 다이너마이트 <더러는 압사>
그러나 밤을 샌 이튿날 보면 벼랑도 함정도 이미 없다 남은 것은 다만 온통 파헤쳐진 쑥대밭 가슴 가슴 있던 자리의 폐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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