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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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우 [dohshim] 쪽지 캡슐

2000-12-13 ㅣ No.1877

어제 마신 술이 아직 온 몸에 찌꺼기를 남겨둔 것 같은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오늘은 사제 서품식이 있고, 예비자 교리가 있는 날이라 조금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았는데, 다행이도 마침 친구 신부에게 전화가 일찍 오는 바람에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세수하고 거울보며 "도신부, 정신차려라"를 속으로 외치며 간단한 체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도와 묵상과 판공 성사와 오전 미사, 음 역시(푸하하...). 무척 찔립니다요.

 

점심 먹고 사제 서품식에 갔습니다. 1년 반만에 하는 서품식이라 굉장히 오래간만에 가는 것 같았습니다. 새 신부님들의 모습을 보며 감사함과 든든함, 그리고 걱정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의 부족함과 세상의 거대한 힘을 조금씩 더욱 느껴가면서인가 봅니다.

 

오늘도 여전히 복잡한 지하철의 인파에 휩쓸려 신수동까지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립다. 신수동에도 올해 새 신부님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지하철 안에서 물건 파는 분들의 수고를 알지만 ’난 지하철 안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전자제품은 절대 안 산다’를 다짐. 졸고 나니 개운하다. 빨리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지. 등등이었습니다.

 

바쁘게 겨우 마저 준비한 예비자 교리와 함께 여러 청년 레지오 단원들이 봉사하러 나와 있었고, 어른 성가대의 성가 연습이 계속되었고, 초등부 교사들과 아이들은 오늘도 성탄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습니다. 요즘은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한 것도 없이.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어떤 사람들이 제 앞을 스쳐지나갈지 모르겠습니다. 지하철 화장실 앞에 이런 문구를 기억하십니까. (정확하게는 모르겠슴) "아름다운 사람이 머물다간 자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대충 이런 말이었습니다. 화장실과 어울리죠? 근데 사람은 누구나 어디에서건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을 겁니다. 저 역시 내일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주일 송봉모 신부님의 피정이 있습니다. 좋을 겁니다. 많이 오셔서 아름다운 청년이셨던 분에 대해 들어보심이 어떨지.

 

"우리 스승이 되신 그분의 바람은 단순합니다. 그분의 눈길을 닮고, 그분의 기운을 닮고, 그분의 마음을 닮고, 그분의 발걸음을 닮는 것입니다"(송봉모 신부님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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