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선교사제의 하루..(중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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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aldus119] 쪽지 캡슐

2005-08-16 ㅣ No.468

 

지난 6월 14일부터 열흘간 운남성(云南省)의 나환자촌 네 군데를 방문하였다. 사천성(四川省)의 다섯 군데, 운남성의 2군데 강복촌(康復村, 나환자촌을 이렇게 부름)을 맡아 일하는 지하교회의 성가 헌녀 전교 수녀회(聖家 獻女 傳敎 修女會)의 중국 지부 전 원장인 황(黃) 수녀와 광동성(廣東省)의 강문(江門)에 있는 애국회 수녀 팽(澎) 수녀는 내가 지난 번 광동성(廣東省)의 애서(崖西)라는 강복촌에서 신발 만드는 실습을 할 때 만난 적이 있는데, 키가 유난히 작고 얼굴이 까무잡잡하며 동안(童顔)이어서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인데, 그 수녀는 나환우들의 눈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해주고 수술해주는 안과의사이다. 황 수녀는 예전에 보건소(診所)에서 일한 적이 있는 일반 내과 출신이었다.

우리 세 명은 각자의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의약품 상자를 서로 돌아가면서 날라 나환자촌에 도착하면, 우선 먼저 각자의 전공 분야에 따라 키가 제일 작은 팽 수녀가 나환자들을 우러러보며 그들의 눈의 상태를 점검한다.

 

그 수녀는 수술할 때는 엄숙한 표정으로 나환우들을 내려다 본다. 그러고 나서 황 수녀가 나환우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인 부분을 살펴보며, 마지막으로 내가 그들을 내려다 발의 상태를 관찰하여 그들에게 맞는 신발이 어떤 종류인지를 점검한다.

 

내려다 보며 주로 발만을 관찰하는 신발을 만드는 한국인 신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지하교회 수녀, 자그마한 키에 때로 까치발을 하여 나환우들을 우러러보며 그들의 눈을 관찰하는 애국회 수녀.

세 명으로 구성된 소공동체, 살아온 배경과 학력과 성격과 외모는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일가인(一家人)이다. 찌그러진 얼굴로 다 떨어진 옷을 걸치고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시는 또 다른 당신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가볍게 발걸음을 옮긴다. /김광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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