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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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8-19 ㅣ No.664

연중 제20주일(다해. 2001. 8. 19)

                                               제1독서 : 예레 38, 4∼6. 8∼10

                                               제2독서 : 히브 12, 1 ∼ 4

                                               복   음 : 루가 12, 49 ∼ 5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로마 제국의 몰락'(1787년작)의 저자인 에드워드는 로마가 멸망한 이유를 다섯 가지로 설명하였습니다.  첫째는 이혼의 급속한 증가 즉, 인간 사회의 근간(根幹)이 되는 가정의 신성함에 대한 경시 풍조이며, 둘째로 점점 늘어나는 세금과 대중을 위해 공짜 빵과 서커스를 제공하는데 공금을 사용한 것, 셋째로 지나치게 쾌락을 추구한 것으로 스포츠는 매년 더욱 흥분 적이고 야만적이 되어갔고, 국민이 흥분과 자극을 주는 경기에 빠짐으로 국민 정서가 동물적이 되어 갔으며, 넷째로 외세에 대비해 거창한 군비를 확장했지만, 실제의 적은 내부에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시민들의 퇴폐였고, 다섯째로 신앙은 희미해졌으며, 종교는 실생활과 멀어져 시민을 이끌지 못할 정도로 무력해져 영향력이 없는 종교가 되고 말았다고 하면서 결국 로마 제국의 멸망은 외부로부터의 침략도 아니오, 자연 재앙에 따른 것도 아닌 로마 내적인 요인에 의해서 몰락하고 말았다고 하였습니다.

  이 다섯 가지의 로마 제국의 몰락 이유를 가만히 보면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혼의 증가는 오늘 혼인하고 호적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혼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가정의 중요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엉뚱한 곳에 사용되고, 더 자극적이고 더 폭력적인 게임과 영화, 그리고 퇴폐적인 삶의 모습을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정신적 가치관을 확립시키고 올바른 정신을 심어 주어야 하는 종교는 힘이 되기보다는 즐기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가로막고 즐길 수 없게 굴레를 씌우는 귀찮은 모습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의 말씀은 정말 우리에게 충격적인 말씀입니다.  평화를 주시기를 우리는 원하는데 우리에게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내가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고 온 줄로 아느냐?  아니다.  사실은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고 하시며, 더욱이 분열은 원수와의 분열이 아니라 부자간의 적대시, 모녀간·고부간의 반대라는 것입니다.  가장 가까이 서로를 생각해주고 돌봐주어야 하는 가정이 분열된다고 하니 기초부터 흔들리는 기분입니다.  이런 분열은 이미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기로 약속하는 세례는 "가난과 순명과 봉사와 죽음에 이르는 자기 희생의 길(선교 교령 5항)로 들어서려고 첫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세례를 받은 우리들은 이와 같은 자기 희생의 길이 아닌 것과 끝임 없이 분열되어 싸우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불을 지르러 오셨다고 합니다.  불은 정화를 뜻합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소독할 때 불을 필요로 합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불은 타락한 우리 인간들의 오만과 불손을 불사르면서 하느님의 거룩함과 그분의 초자연적 권능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정화는 우리들을 밀과 가라지로 가려내 분리해냄으로써, 그리고 선하고 좋은 것을 정화하고, 악하고 나쁜 모든 것들을 파괴함으로써 이루어질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세상의 삶과 다르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세상을 따라 가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오는 아픔의 고통을 당하기도 합니다.  오늘 제2독서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죄인들에게서 이렇듯 심한 미움을 받으시고도 참아내신 그분을 생각해 보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지치거나 낙심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죄와 맞서 싸우면서 아직까지 피를 흘린 일은 없습니다."말하면서 장차 누릴 기쁨을 생각하며 부끄러움도 상관하지 않고 십자가의 고통을 견뎌내신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우리를 얽어매는 죄를 벗어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가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죽어야 살 수 있다는 진리, 십자가가 있어야 부활의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주신 사랑과 정의의 불로 미움과 증오, 탐욕과 교만, 시기와 질투 등을 태워 버리도록 해야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주간, 단 하루, 단 한 순간 증오와 미움, 탐욕과 교만, 시기와 질투를 하지 않는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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