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이윤석 형제님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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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정 [jhjanna] 쪽지 캡슐

2009-06-24 ㅣ No.9677


감사합니다.
형제님의 정의롭고 성실한 모습을 더욱 새롭게 느끼도록 해주셨군요.

어제 제가 약간의 설명을 요청드리면서... 특히 어느 부분에 대해서라고 명시해드리지 않아서
형제님께 너무 큰 수고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두 편의 명문을 완성하실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쁜 결과는 아니죠? ^^

현 정부의 문제점들과, 노무현 전대통령께서 느끼셨을 고통들...
사실 저는 아직도 정치를 거의 모르고 관심도 별로 없는 편이지만, 이런 제가 보기에도
형제님께서 말씀해주신 내용에는 큰 어긋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약간씩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제가 원래 드리려던 말씀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형제님의 진중하고도 멋진 글을 고맙게 읽은 것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럼, 간략하게나마 제가 원래 드리고 싶었던 말씀을........ ^^

죽음의 방식...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살짝 다른 예시를 하나 들어보고 싶습니다.

몇년 전... 바로 제가 이 게시판에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 이라는 글을 올렸었습니다.
그 글의 주제는
"아무리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잘못은 잘못이며 악은 악일 뿐
 그 이유들로 인해서 잘못이 상쇄되지는 않는다.
 즉, 맞고 나서 때렸다 하여 폭력이 폭력으로 상쇄되지는 않는다.
 하나의 죄악에 또 하나의 죄악을 더하여 결과적으로 두 개의 죄악이 될 뿐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렵 한 형제님께서 게시판에 올리시기를
"그가 끊임없이 나에게 욕을 하고 있는데 계속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 수준에 맞게 똑같이 대응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그렇게 해도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우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런 취지의 글을 올리셨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변으로 제가 올린 글이었습니다.

그때에나 지금에나 저는 같은 삶의 원칙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이유들로 인하여 잘못 그 자체를 상쇄시킬 수는 없다
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발휘할 수는 있겠으나
융통성을 발휘한다 하여 기본적인 원칙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른 원칙의 기반 위에서 융통성은 의미있는 것이니까요.


자...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서 좀 다른 이야기로 살짝 돌아왔습니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선택하신 죽음의 방식...
저는 사회문제 등등 보다도 그 부분에 대해 형제님과 대화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제는 교회법도 조금씩 바뀌었고
자살한 분들을 바라보는 가톨릭교회의 시각도 예전처럼 팍팍하지는 않지만
그 역시 융통성의 차원일 뿐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자살이라는 죽음의 방식을, 긍정적이고 올바르다고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융통성이 있기 때문에... 자살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함신부님께서 "나는 자살을 미화한다" 고 말씀하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리 제가 가진 독해력과 융통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수차례 읽어보아도
역시... 노무현 전대통령이 선택하신 죽음의 방식... 자살을
함신부님은 매우 아름답고 숭고하게 표현하고 계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것은...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제가 보기에는 "자살의 미화"라고 할만하다 싶었습니다.

물론 아주 강렬하고 또한 여러가지의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께 부당한 방식으로 억압을 가한 사람들을 감싸고 싶은 생각 전혀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감당할 몫이며, 그들의 죄업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들이 있었다고 해서, 그 이유들로 인해서
자살이라는 죽음의 방식이 올바른 것으로 숭고한 것으로 재해석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변하지 않을 제 삶의 지표이며 원칙입니다.

자살이 아니라 죽임을 당한 것이라고 보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렇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죽음의 방식 중에 자살이라는 방식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 목숨을 끊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웬만한 고통으로 그렇게 될까요?
안타깝게도 그 선택을 해버린 사람들은 모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회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자살이란 죽음의 형태는 존재하지 않겠군요.
이것은 노무현 전대통령만이 아니라 모든 자살한 사람의 경우에 적용해야 하겠지요.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 이윤석 형제님도 이게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아닙니다.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는 쪽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더구나 가톨릭신자요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느님을 위해서라도 살아남는 쪽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옳지 않았다고, 저는 언제 어디에서건 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찬수님의 글은 이윤석 형제님과는 다른 시각에서 쓰여진 글이었지만
조롱을 당할 만큼 형편없거나, 저속한 단어를 사용했거나 그런 글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글에서 나타내고 있는 주제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요셉 형제님... 저 역시 매우 측은하게 느껴지십니까...?
저와는 약간의 친분이 있기 때문에, 차마 그렇다고 말씀 못하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 하실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언제나 변함없이 제 생각을 이렇게 말씀드릴 것입니다.

자, 이것으로 답변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윤석 요셉 형제님께 드리는 저의 글을 마치겠습니다.
피로가 남지 않도록... 하느님 아버지의 평화 속에서 편히 숙면 취하시길 빌겠습니다.
제가 요즘 약간 불면증이 있어서... 저의 숙면을 위해서도 화살기도 한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ㅎㅎㅎ
그럼 꾸벅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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