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백운대에 뜨는 보름 달은 아직도 그대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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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철호 [cfniel] 쪽지 캡슐

2000-09-10 ㅣ No.1742

+  찬 미 예 수

 

한결 부드러워진 가을 바람을 마주하며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조금은 따갑기조차 한 가을 햇살을 맞으며, 황금색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들녁을 바라다 본다는 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가을 하늘을 수 놓는 고추 잠자리처럼 붉게 물든 저녁 놀을 바라다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동해에 떠오르는 둥근 해 만큼이나 커다랗게 우리들 마음속으로 다가오는 보름 달을 바라다 볼 수 있는 마음이 있는 한, 아직은 우리의 행복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요.  성큼 다가온 보름 달 만큼이나 들녁을 누렇게 물들인 가을 햇살 만큼이나 풍성해 지는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어렵다는 이야기는 조금 접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적 집이 힘겨웠지만 그래도 추석은 풍성함으로 늘 다가왔습니다.  추석을 보내는 것은 경제적인 부유함이 아니라 마음의 부유함이 먼저일테니 말입니다.  둥글고 커다란 달을 담을 수 있는 넓은 마음만 있다면 제상에 올려놓아야 할 음식이 다소 적어도 아이들에게 줄 선물이 초라해도 괜찮습니다.  가족간의 애틋한 사랑으로 서로를 채울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아무리 부유해도 가족간의 애뜻함이 적다면 보름달 크기만큼이나 허전한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할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추석마저 경제적인 수치로 저울질 하지 맙시다.

 

그저 빰을 스치는 바람 한줄기에 시름은 잠시 접어둡시다.  그리고 그 바람을 타고 어린시절 힘겨웠지만 자식을 위해 좋은 것을 준비하셨던 부모님들의 그 마음을 기억합시다. 우리도 이제 어른이 되어서 추석날 무엇을 못 받았다는 느낌보다 부모님의 그 애틋한 마음을 기억하고 감사하듯 우리의 아이들도 그렇게 하리라고 믿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우리의 행복은 차려놓은 음식의 다양함과 풍성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간에 주고 받는 다양한 사랑의 언어와 몸짓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부유한 사람에게나 가난한 사람에게나 부드러운 바람을 선사하셨고, 따사로운 햇살로 가을 들녁을 황금색으로 치장하셨습니다.  또 그 어떤 화폭보다 아름다운 가을 저녁 노을을 주셨으며, 지는 어두움을 환히 밝힐 둥근 보름달을 선사하셨습니다.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만 제대로 받는다면 우리는 아직도 행복하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에 올 추석에는 가느다란 바람 한줄기에 우리의 시름을 덜고 떠오르는 보름달에 우리의 희망을 담아봅시다. 그리하여 먼 훗날 올 추석을 벅차오르는 행복함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여러분의 추석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라면서  .....

 

                                                                                                              권 신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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