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첫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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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pjohn] 쪽지 캡슐

2001-05-12 ㅣ No.3947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휴가 다녀왔습니다.

설레이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지난 주일은 입이 귀에 걸려있었습니다.

지금은 입이 뾰루퉁 모아져 있습니다.

 

동기 신부와 둘이서 여행을 했습니다. 처음 계획은 울릉도를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그게 잘 안되서리 차를 타고 대전교구의 동기 신부들 사목방문을 다녔습니다. 신학교 때는 영 걱정되던 눔들도(물론 저도 그 중에 한 눔이었지요) 신자분들의 사랑받는 보좌신부로 잘 있더군요. 그리고 아주 열정적으로 소임을 잘 하고 있어서 자극도 받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서해 바다도 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바다는 사람을 작게 만듭니다. 작은 제 자신을 좀 더 크게, 깊게 넓히리라 다짐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일주일 동안 입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맨날 저는 그렇게 못 살면서 좋은 말을 해야하는 고초에서 잠시 헤어날 수 있는 기쁨. 앞서 가는 말을 조금이라도 쫒아가야 할텐데...

 

여하간 이제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또 다시 기쁘게 "삶의 자리"를 가꾸어 가야하겠지요. 끝으로 휴가 기간 중에 어디에선가 본 시 한구절 올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했다.

 

프르름이 가득한 들에는

그 속에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는

흙이 있다.

 

탐스럽게 빛나는 들에는

그 밑에 곱게 자라도록 바쳐주는

뿌리가 있다.

 

평화로움이 가득한 이 세상에도

언제나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보이려고 애썼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수고에 감사하는 삶이 되길 기도해 봅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이번 주일 기쁨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머털이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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