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비타민 L(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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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5-05-31 ㅣ No.445

 

 

사람은 육신의 건강을 위해 단백질이라든가 비타민 등의 각종 영양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부족하면 이런 저런 병에 걸리지요.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많은 것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관심과 사랑입니다. 타인의 관심과 사랑은 달리 표현하면 정신적 비타민 L(Love)이라고 하겠습니다. 사람은 비타민 L을 적절히 복용해야 정신적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삐뚤어지기 쉽습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한 살 이전의 유아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했습니다.

A 그룹의 유아들에게는 의식주를 최고로 해주는 반면 절대 애정표현을 하지 않았습니다. 보모들은 아이들에게 그저 기계적으로 우유을 먹이고 옷을 갈아 입혔습니다. 아이와 눈을 맞추지 않는 것은 물론 웃지도 않고 쓰다듬거나 얼러주지도 안았습니다. B 그룹의 유아들에게는 의식주는 그저 기본적으로만 해주고 풍부한 애정표현을 했습니다. 우유을 먹이면서 자주 눈을 맞추고 웃어주고 얼러주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사랑을 받지 못한 A 그룹 아이들은 성장발육도 더디고 병치레도 많이 하고 성질도 나빠졌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짜증을 내고 옆에 있는 아이를 꼬집고 그러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B 그룹은 그 반대였습니다. 무럭무럭 잘 자라고 병도 잘 안 걸리고 잘 웃고 잘 놀았습니다.

이 실험에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은 먹고 입는 것보다는 사랑이라는 것이 잘 드러납니다. 우리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사랑을 보통으로는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받습니다. 하지만 인간적 차원의 사랑은 조건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네가 내게 잘하면 사랑을 주지만, 그렇게 못한면 어림도 없다'는 식이지요. 또 그런 사랑마저도 지속적이지 못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 만들어 낸 비타민 L은 함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고농도의 비타민 L을 매 주일 받아 먹고 삽니다. 그 비타민 L은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예수님은 성체를 통해 우리에게 오시면서 변함없는 사랑을 주십니다. "2천년 전에 너를 위해 십자가에서 목숨을 바쳤던 내가 계속 너를 위해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우리에게 오십니다. 인간끼리도 누군가가 나를 위해 온전히 헌신한다는 것을 알면 큰 힘이 됩니다.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우리를 위해 계시면서 우리에게 계속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주시겠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힘과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구약성서 열왕기 상권 19장 1-8절을 읽어보면, 이세벨 왕비의 박해를 받고 도망가던 엘리야가 두려움과 피곤에 지쳐서 광야에서 쓰러졌 잠들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이 보내주신 천사가 엘리야에게 빵과 물을 가져다 줍니다. 엘리야는 그 빵과 물을 먹고 마시고 힘을 얻어 40일을 밤낮으로 걸어 호렙 산에 이르러 하느님을 만납니다. 엘리야가 먹고 힘을 냈던 빵과 물처럼 성체는 우리의 고달픈 인생 길을 힘을 주는 비타민 L이랍니다. 매주 영하는 성체를 힘과 용기의 원천으로 체험했으면 좋겠습니다. /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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