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순교자 정신-7월 4일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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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준 [praxis] 쪽지 캡슐

2009-07-05 ㅣ No.9853

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생명평화미사 소식
2009년 7월 4일 | 기도회 20일째 | 참사 166일째

 

7월 4일 생명평화미사가 특전 미사로 봉헌되었습니다. 앞서 용산 현장에서 범국민 추모대회가 열려 미사는 조금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공동집전 신부님

■ 예수회
- 김정대(주례/강론), 최영민

■ 예수고난회
- 오성균 

■ 서울교구
- 이강서

■ 전주교구
- 문정현 

■ 광주교구
- 김계홍

 

<강론>

순교자 정신

 

김정대 신부(예수회)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마태 10,21~22)

 

오늘 복음의 이 구절을 읽으면서 제가 살아왔던 시간을 짧게 돌아보게 됩니다. 79년도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 부장에게 저격당했습니다. 그리고 80년 서울의 봄을 맞이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를 쟁취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80년에 재수를 했습니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시위하는 이야기를 가끔 만나서 전해 들었는데, 좀 걱정을 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개인의 나약함인데, 휴교기간이 길어지면 전체가 유급이 될 수 있고, 그러면 저는 재수가 아닌 삼수를 해야 해요. 그때는 휴교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서 내심 반기지 않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81년에 대학에 들어가서 경험한 것은 참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대학생활을 통해서 평등함과 민주적인 가치를 배웠지만 집에 와서는 주변에 그런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다 그랬던 것처럼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셨고,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제가 참여하는 것을 반기지 않으셨습니다. 어느 날은 텔레비전을 보다가 시위 장면을 보고 얘기했더니, 아버지 말씀이 “너희들 쪼그만 것들이 뭘 아느냐?”고 하시는데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민주적인 가치란 굉장히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가치를 지킨다는 것이 아버지와 나 사이에 갈등의 씨앗이 된다는 생각을 오늘 복음을 보면서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민주적인 절차를 많이 향상시켰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여전히 인간적인 가치,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요즘 보면 세상이라는 게 경제적 가치와 효율, 특히 돈과 성공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합니다. 왜 그렇죠?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복음적인 가치인 사람, 나눔, 우정, 봉사, 희생, 이런 것들을 산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며칠 전 한 젊은 친구가 제게 와서 자기의 내밀한 얘기를 하면서 복음적인 가치를 가지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래서 신앙을 포기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복음적인 가치를 포기한다면 인간성은 해체됩니다. 비인간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순교 정신을 이 사회에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요? 현대 사회에서 순교자가 된다는 것은 세상의 가치에 대항하면서, 저항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살지요? 그런데 행복의 질이 내가 물질적인 재화를 얼마나 소비했는지, 내가 얼마나 성공했는지에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행복의 질은 관계의 질에 비례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친구 사이에, 이웃사이에 관계가 좋으면 우리는 행복합니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해서 단절된 관계 안에서 행복감을 누릴 수는 없습니다. 관계의 질이 형편없기 때문에 행복의 질은 형편없이 떨어집니다.

 

지금 청와대에 계신 분은 세상과 담을 쌓고 삽니다. 얼마나 불행할까요. 정말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불행을 모르니까 참 안된 것이지요. 관계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가치입니다.

 

여기 용산은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려주는 곳입니다. 저는 여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서울시만 하더라도 약 200여 곳에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용산참사를 경험하고 난 다음에 재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의 사람들이 대책위를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로 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네들끼리만 대책위를 꾸리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은 용삼참사 희생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사람들도 여기에 와야 합니다. 여기로 와서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이런 일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같이 합치는 것이 유일한 길입니다.

 

우리 개인들은 굉장히 약합니다. 저들은 교활합니다. 개인들을 하나하나 갈라놓을 것입니다. 어떻게? 돈으로. 여기 계신 분들은 돈의 유혹으로부터 멀어진 사람들입니다. 돈의 유혹을 받고 돈을 조금이라도 만져본 사람들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구차한 일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모여서 우리 사회가 가는 길을 막고 그 방향을 틀어 놓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오늘날 순교자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상황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그 긴장의 정도가 엄청날 것입니다. 연세 지긋하신 문정현 신부님, 여기 오신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희생자들과 동고동락하셨습니다. 이건 엄청난 긴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격려하고 힘을 주는 것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순교자 정신을 이 시대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그 길을 이곳 용산에서 물어봅시다.

 

 

 

 

맨 앞자리를 지키는 유가족들

 

 

우리의 기도가 우리의 힘입니다.

 

 

봉헌 시간에는 제대 앞에 초를 봉헌합니다.

 

 

 

 

영성체후 묵상 시간에는 전북지역 활동가들이 결성한 "비주얼 립싱크 노가바 재활용 밴드 질러"의 공연도 진행되었습니다.

 

 

왜 재활용 밴드일까요? 공연에 쓰이는 모든 물품이 새로 산게 아니라 재활용한 거라서요~

 

 

밴드 '질러'와 함께 철거민 노래패 '벌떡팀', 문정현 신부님께서 즉석에서 함께 공연했습니다.

"청와대 쥐박이 용산참사 오리발....우리네 전철연 벌떡 일어나 세상을 바꾸자~"

 

 

봉헌한 초를 미사를 마친 후 근처 합동분향소의 영정 앞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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