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핵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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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gablil68] 쪽지 캡슐

2012-01-21 ㅣ No.5147

   필자는 지난 글에서 핵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즉 핵사고의 원인으로 한 국가의 핵발전소 개수를 제시하였고, 우리나라에서 핵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24%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핵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요인에 발전소의 개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핵사고의 원인으로 필자는 핵발전소의 나이를 꼽는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후쿠시마에는 10개의 원전이 있는데 그중에서 폭발한 4기는 정확히 나이순이라는 점이다. 만일 2호기, 7호기, 6호기, 9호기가 폭발했다면 이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순으로 1호기부터 4호기까지 폭발한 것은 우연일까? 만일 생물학이나 물리학 실험실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실험자는 이 데이터를 들고 야호를 외쳤을 것이다. 너무나 깨끗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지진과 똑같은 쓰나미를 겪었는데 왜 나이순으로 4개만 폭발했단 말인가? 더구나 가장 먼저 폭발한 것은 후쿠시마 1호기 아니었던가?

   후쿠시마 1호기는 1971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하였다. 2호기는 1974년, 3호기는 1976년... 이런 식이다. 즉, 이번에 폭발을 한 후쿠시마 원전들은 모두 30세가 넘은 발전소인 것이다. 후쿠시마 5,6호기와 후쿠시마 제2원전 1,2,3,4호기는 모두 30세 이하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핵사고와 발전소의 연한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후쿠시마 1호기는 불과 한 달 전에 수명을 연장한 원전이다. 40년을 운전하고도 또다시 운전하여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도쿄전력의 욕심이 이 사고를 일으켰다고 말해도 과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설계수명이 무엇인가? 원전을 설계할 당시부터 이 발전소가 받을 열과 방사능, 기계적 충격 등을 고려해서 정해놓은 시간 아닌가? 이른바 경년열화(운전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발생하는 작은 균열들)를 계산한 시간이 아닌가? 이 시간을 넘어서 운전하는 행위가 대형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후쿠시마는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지 살펴보자. 한국은 고리1호기가 1978년에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하였다. 30년째 된 2008년에 수명연장을 단행하였다. 수명연장을 결정할 당시 수행했던 안전점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른바 파괴검사이다. 원자로와 동일한 금속조각을 운전을 시작할 당시부터 원자로 안에 넣어두었다가 가끔 한 개씩 꺼내서 이 금속조각의 건전성을 시험해보면 원자로의 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수명연장을 결정할 당시 이 금속조각 중 한 개를 꺼내서 파괴검사를 하였는데 불행히도 이 금속조각이 파괴가 되어버렸다. 즉, 파괴검사에서 불합격 된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수명연장을 포기해야하는데 한수원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비파괴검사로) 파괴검사를 대체함으로써 수명연장을 허가해준 것이다. 이렇게 편법으로 수명연장이 되어버렸다. 이 고리1호기는 올 봄에 고장이 나서 특별점검을 받았다. 고리1호기 다음으로 노후한 원전은 월성1호기이다. 월성1호기 역시 설계수명인 30세가 되어서 폐쇄 혹은 수명연장의 갈림길에 서있다. 그러나 정부는 월성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원자로의 수명연장에는 모든 수순이 끝났고 오직 발표만 남은 상태인 것이다.

   노후한 기계가 고장이 잦은 이유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친숙한 우리의 자동차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명연장은 폐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와서 10년을 더 몰겠다는 것과 똑 같은 행위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명연장에 대한 논란이 많아지니까 다른 방도를 구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설계수명을 연장해버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신월성 1,2호기는 그 수명이 40년으로 결정되었다. 30년 수명에서 10년을 아예 원천적으로 연장해버린 것이다. 이뿐인가? 신고리 원전은 그 수명을 60년으로 결정하였다. 현재의 원전 수명을 원천적으로 두 배로 늘려버린 것이다. 아예 100년으로 해놓지 않은 것을 나중에 후회할 지도 모르겠다. 만일 한국정부가 바로 이점, 즉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번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다음 대형 사고는 한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김익중 |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동국의대 미생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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