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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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6-06 ㅣ No.4686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21/06/15

 

무협 관련 작품을 보면, 부모님을 살해하거나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자기 집안을 몰락시킨 상대 집안을 향하여 미움을 키우고 복수를 다짐하며 자기 삶의 의미를 복수에 두고 사는 것을 그리기도 합니다. 비단 윗대의 원수들뿐만 아니라, 살면서 나를 괴롭히거나 이용한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우리 마음속에 숨겨져 있기도 합니다. 보복의 칼날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뿐이지 기회가 되고 능력이 되면 상대에게 그가 나에게 한 만큼 되갚고 싶고, 적어도 그가 잘 되는 것을 막고 싶은 심정이 가득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우리들의 마음을 다 헤아리고 계셔서 그런지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에게 원수에게 보복하려 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마태 5,43-44)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서는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44-45) 사실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고, 심지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이익을 위해 때로는 악의가 없었더라도 내가 하고 싶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느라고 다른 이들에게 본의 아니게 폐해를 끼치고 살아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눈감아 주시고 용서해 주셔서 오늘까지 우리가 무사히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사람 각자가 살면서 겪게 되고 끼치게 되는 죄악의 순간들을 눈감아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버지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는 더욱더 많이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시고 사랑해 주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더 많이 사랑하시고 더 많이 알려 주신 우리를 통해 주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도록 우리를 선택하셨습니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46-48)

 

그러면 우리를 괴롭힌 사람은 그냥 그렇게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사도 성 바오로는 주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 사랑하는 여러분, 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성경에서도 복수는 내가 할 일, 내가 보복하리라.’ 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그대의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마실 것을 주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은 그대가 숯불을 그의 머리에 놓는 셈입니다.’ 악에 굴복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로마 12,19-21)라고 말합니다. 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사랑만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은총을 구합시다. 그리고 나머지는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스스로 회개하고 되갚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시는 아버지 하느님께 맡깁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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