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빨치산 대장입니다. 대학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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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cathol7] 쪽지 캡슐

1999-04-26 ㅣ No.321

추기경님 ! 안녕하셨습니까? 저 빨치산 대장, 베네딕도입니다.

 

  사랑하는 가브리엘라를 주님 곁으로 떠나 보내고 난 후 견디기는 어렵지만 저희 fiat 회원들과 대학 복음화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기도해 주는 천상 교회의 일원을 하나 확보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브리엘라를 보낸 후로는 매주 미사마다 고백하는 사도 신경의 '모든 성인들의 통공을 믿으며'라는 구절을 새롭게 묵상하게도 되었습니다. 제 신앙이 더 굳고 단단해지고 깊어 진다면 투쟁하고 있는 지상의 교회와 아직은 정화되고 있는 연옥의 교회와 천상 승리의 교회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기경님 근황은 매스컴을 통해서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은퇴하시고 나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글도 많이 쓰시면서 좀 쉬고 싶으시다고 하신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렇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추기경님이 좀 한가하셔야지 제가 마음 놓고 무슨 부탁을 드릴텐데요!

 

 평화신문 4월 25일자를 보았더니 최덕기 주교님을 위원장으로 하는 선교 정책에 관한 연석회의에 대한 자세한 기사가 실려서 눈에 불을 키고 대학 선교에 대한 어떤 비전들을 제시하고 있는가 하고 살폈습니다. 물론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어느 대상에 대한 선교이건 간에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은 알지만 앞으로 이 나라, 우리 한국 교회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 대학생에 대한 선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문 기사 내용에 군 사목에 대한 내용은 있었습니다. 왜 교회 어른들께는 젊은이 선교 지역으로 군대만 보이고 대학은 안 보이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제 저는 한국 주교회의 홈페이지에 최덕기 주교님 앞으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연석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선교 정책을 앞으로 수립하신다기에 대학 선교에 대한 정책도 참고해 주십사하는 뜻에서 제가 그 동안에 굿뉴스에 올렸던 모든 대학 복음화에 관한 글들을 뽑아서 보내드렸습니다.

 

 저의 주제 넘은 생각인줄은 모르겠지만 저는 대학도 군종 교구처럼 대학만 전담하시는 주교님의 지도 아래 대학 교구가 편성되어서 전담 주교님 이하 전담 신부님과 대학생들이 대학 사목에 대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년 동안 대학에서 이일 저일 하면서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선교 전략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기도해 본 결과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마음을 다해서 종국에는 이 일을 꼭 이루리라는 신념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비웃을까봐 남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남의 비웃음과 이 계획에 대한 인간적으로 보기에 희박한 성공 가능성과 제 작은 능력과 저희 공동체의 미약한 능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다음의 한가지만 생각할 것입니다.

 

 "이 일, 대학이 복음화 되는 일을 간절히 예수님께서 원하시고 현재로서 여기에 목숨을

  바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저희 공동체의 몇 사람밖에 없다."

 

 성당 비교적 열심히 다닌다는 천주교 신자들의 믿음 상태는 대체로 미적지근합니다. 주일은 대체로 지키고 대죄는 피하되 자기 영혼의 구원이외에 다른 사람의 영혼을 구하는데는 그리 큰 관심과 열정은 없는 대체로 말해서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그런 상태인 것 같습니다. 청년층에는 이 정도의 신앙도 가진 이들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이 성소 주일이라 성당과 주보 지면에는 성소자를 육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만발한 것을 보았습니다.  정작 성소자로 부름받을 젊은이 청년 대학생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과 노력은 없으면서 성소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소자 문제만을 생각해도 그렇고 교회의 10년 20년 후를 생각해도 그렇고 현재 교회를 생각해도 그렇고 교회의 어떤 면을 생각한다할지라도 대학생 선교만큼 중요한 시대적 사명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유고에서는 나토가 대대적인 무기한 공습을 하고 있고 그 공습이 어느 정도 끝나면 지상군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들려 오는데 저희가 싸우고 있는 전쟁터에는 언제쯤 아군의 지원 사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외쳐도 듣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이는 이 공허해 보이는 외침을 외롭지만 지속할 예정입니다. 마치 듣는 사람 없어도 목청 좋은 개구리의 아들, 손자, 며느리가 다 모여서 밤새도록 노래를 하는 것처럼 그렇게 외칠 것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할 것이고, 사도 바울로가 채우려했던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울 것입니다. 지켜봐 주시고 도움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추기경님!

                                  1999년 4월 26일 월 새벽 0:55

                                   자칭 그리스도의 게릴라

                                   이 광 호 베네딕도 올림                  

    

 추기경님,  28일 맞으시는 서임 30돌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28일부터 미리내 성지에서 개인 피정을 들어갈 예정입니다.

 가브리엘라를 주님께로 떠나 보내고  제가 좀 쉬면서 그 죽음의 의미도 생각해 보고

 기도도 많이 하면서 슬픔을 승화시켜야 했는데 할 일이 많아서 그 동안 그러지를 못했습니   다. 그래서 학과 교수님께 말미를 얻어서 2박 3일간 기도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서임 30돌 축하 선물은 미리내에서 추기경님을 위한 묵주 기도로 대신하겠습니다.   

지난번 편지에 저희 대학생 성령 세미나 일정을 보내드렸습니다. 파견미사를 부탁드려면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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