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얘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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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섭 [TMansano] 쪽지 캡슐

2001-11-20 ㅣ No.1971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1. 난 번에 PD수첩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행태를 고발하였습니다. 교감 승진을 앞둔 교사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요구한 것은 상식밖의 일이었습니다. 모르는 한자를 억지로 쓰게하고, 아이들을 체벌하고, 아이들이 급식을 남기면 그것을 끝까지 먹게 하고, 심지어 아이를 거짓말 하게 하는 그런 선생님이었습니다. 더욱더 가관이었던 것은 그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교장 선생님은 인터뷰가 계속 되는 동안에도 그 선생님을 두둔하였고, 또한 경어 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학부모를 무시하고, 학생들에게 잘못을 전가시키는 태도가 너무나 분명해서 짜증을 넘어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2. 년 전 많이 보고 읽혔던 광수생각이라는 만화책에서 광수가 운동복을 입고 교회에 갔다가 목사님에게 무척이나 혼났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외적으로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었습니다. 지난 주일 저는 운동복을 입고 온 어린이들에게 다음부터는 운동복을 입고 오지 말라고 이야기 하면서 그 광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3. 난 주일 중고등부 미사가 끝나고 중고등부 학생들은 미사후에 성당에 남아 액션송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등부 학생들 4명이 먼저 나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아이들에게 성당으로 올라갈 것을 권유했고, 그 아이들은 성당으로 올라갔습니다. 조금 지난 후 저는 성당에 올라갔는데 그 친구들은 성당에 들어가지 않고, 성당 문 밖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났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은 언제나 성당 문 밖에서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년 내내 겉도는 그 친구들이 실망 스러워 졌습니다. 물론 그 시간에 잠도 안자고 성당에 나오는 것 자체로 훌륭한 일이지만 저는 감정이 앞섰기 때문에 그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은 성당에 왜 나왔니, 성당에 나오것은 그 만큼의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럴러면 차라리 집에 가라"

"너희들이 정말 이렇게 행동하면 한마디로 재수 없는 거야"

아이들은 집에 가라는 말에 정말 집에 가면서, 그 중에 한 아이가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도 신부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4. 제의 직무중에 교도직이라고 하는 즉 가르치는 직무가 있습니다.

요즘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통감하게 됩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한 말은 정말 해서는 안되는 말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분명히 상처 받았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아이들의 가능태를 믿었어야 했는데 저는 넘 조급했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습니다.

"얘들아 미안하다"

 

돌곶이 마을 사제관에서 안사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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