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성당 게시판

여의도로 가는 길에...

인쇄

박성욱 [eliapark] 쪽지 캡슐

2001-01-07 ㅣ No.725

2년 전에 처음으로 이곳 수색에 올 때가 생각납니다.

전에 있던 본당을 떠나, 이곳 수색으로 오늘 길에

저는 우리 수색 본당의 사목구역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경기도 덕은동과 향동동, 그리고 서울 경계선을 넘어 수색...

이렇게 한바퀴를 돌아 성당으로 들어오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와... 진짜 넓구나... 그리고 할 일도 많겠구나...

하지만, 이렇게 넓고 큰 만큼, 기쁨과 보람도 많겠지...'

 

오자마자 주임 신부님, 그리고 여러분들과 인사하고, 점심식사를 한 다음,

제가 제일먼저 했던 일은,

바로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입신고를 하며 저는 이런 생각을 하며 기뻐했습니다.

'야.. 이제 나도 수색 성당 사람이다.

이제부터 신자 분들과 정말 기쁜 사랑을 나누어야지...'

 

이제 2년이 지나 떠나가야 하는 지금에

저는 여러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부터 해야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첫날의 생각, 그 첫마음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너무 많은 부분에서 모잘랐고, 부족했기에

여러분의 마음에 기쁨이 아니라,

안타까움만 안겨드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에 늘 안타까우시면서도

항상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셨음을 저는 알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을 저에게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를 이곳에 머물게 해주셨던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감사'라는 말은 성서 안에서 '기억'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사랑과 은총을 기억합니다'라는 말을

'감사합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저도 여러분께,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말해서 '여러분이, 그리고 하느님께서 제가 이곳에 있는 동안 베풀어주신 모든 사랑을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저의 좋은 점은 깨끗이 잊어버리십시오.

그 대신  저의 나쁜 점, 저에 대해 안좋았던 감정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저의 나쁜 점, 저에 대해 안좋았던 감정이 생각나실 때마다

저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많이 부족하고 많이 떨어지는 신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하느님 나라에 가려고 신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동안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많이 부족했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하느님 나라에서 여러분 모두 같이 만나 뵙게 되기를 빕니다.

저는 다른 곳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와 여러분과 같이 손잡고

참된 행복을 누리게 될 그날을 고대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내내 평안하십시오.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시길 빕니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때로는 보고파지겠지/ 둥근 달은 쳐다보면은/ 그 날밤 그 언약을 생각하면서/ 지난날을 후회할거야/ 산을 넘고 멀리 멀리 헤어졌건만/ 바다 건너 두마음은 떨어졌지만/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얼굴이 못생겨서 보아주는 이 없고,

잘하는 것 없어 인기 없어도 괜찮다.

--- 저 사람은 신부로

     그냥 그렇게 사는구나 -----

모든이가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느님이 그렇게 흐뭇하시도록

그렇게 살다지면 된다."

 

 



13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