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교구 자료실

평양대목구장 홍용호 주교 십자가 교회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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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6-29 ㅣ No.1

평양대목구장 홍용호 주교 십자가 교회 품으로

오수산나씨 유족, 김필현 신부 은수저 세트 등 평양교구 순교자 유품 기증





- 오수산나씨가 보관해오던 홍용호 주교 유품을 오씨 유족들이 14일 평양교구장 서리 대리 황인국 몬시뇰에게 기증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수산나씨의 막내딸 문윤숙씨와 조카 문창헌ㆍ혜영씨, 김득권 신부, 황인국 몬시뇰.


지난 2월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으로 시복 추진 대상자에 선정된 제6대 평양대목구장 홍용호(프란치스코 보르자, 1906~49?) 주교의 십자가 1점이 60여 년 만에 최근 교회 품으로 돌아왔다. 또 홍 주교와 함께 시복 추진 대상자로 선정된 평양교구 부주교(현 총대리) 김필현(루도비코, 1909~49?) 신부가 생전에 쓰던 은수저 1세트도 1975년 당시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김득권 신부가 기증 받아 보관해오다가 이번에 평양교구에 돌아왔다.

 이들 유품을 기증한 이들은 1949년 평양교구 관후리주교좌본당 부인회(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회) 회장으로 활동했던 오수산나(1894~1961)씨의 유족들로, 이들은 14일 서울대교구청 별관 5층 집무실에서 평양교구장 서리 대리 황인국 몬시뇰을 만나 유품을 기증했다. 황 몬시뇰을 찾은 오수산나씨 유족은 오씨의 막내딸 문윤숙(아가타, 75)씨와 조카 문혜영(님파, 58)ㆍ창헌(프란치스코, 54)씨 등으로, 유품은 문혜영ㆍ창헌씨 부친인 문명린(요셉, 1919~1997)씨 자택에 보관돼 왔다.

홍용호 주교의 유품인 꽃잎형 십자가.


홍 주교의 십자가는 가로 26.2㎝에 세로 16.7㎝ 크기로, 동에 칠보장식을 덧붙여 제작됐다. 네 끝부분이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세 개의 둥근 꽃잎 모양으로 만들어진 꽃잎형 십자가(Floral Kreuz, 일명 '토끼 풀잎 십자가')로, 네 꽃잎 모양에는 칠보기법으로 가시관이나 망치, 희생의 잔, 사다리, 채찍 등 수난도구들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이 십자가는 원래 미국 메리놀외방전교회 출신 전임 주교가 쓰던 것으로, 1941년 12월 메리놀회 선교사들이 추방되면서 주교직을 이어받은 홍 주교가 사용하다가 1949년 5월 14일 공산정권에 납치되기 1년 전에 오수산나씨에게 직접 선물한 것이다. 오씨는 1950년 12월 월남하면서 서울 운니동에 이를 가져와 봉익동, 연지동, 장위동 등으로 이사를 다니면서도 소중하게 보관해 왔다.

또 김 신부의 은수저 세트는 1949년 3월 18일 김 신부 사제 수품 10주년을 기념해 관후리본당 신자들이 선물한 것으로, 3개월 뒤인 6월 10일 김 신부가 공산정권에 납치되자 보좌로 있던 서운석(보니파시오, 1922~49?) 신부가 오수산나씨 아들 문명린씨에게 건넸다. 이 역시 문씨가 피란길에 서울로 가져와 소장해왔으며, 1975년 김득권 신부에게 기증해 이날 빛을 보게 됐다.

이 밖에 1946~49년 공산 치하에서 건립되던 관후리주교좌성당 신축 기금으로 봉헌됐던 3돈쭝짜리 금반지 1점도 오수산나씨 유족들을 통해 평양교구에 전해졌다. 아울러 홍 주교가 1942~43년께 중국 성모성심수녀회에 입회하기 위해 떠나는 조카 최경숙(루치아) 수녀에게 선물했던 미사가방 1점도 이들 유품과 함께 공개됐다. 이 가방은 최 수녀가 2003년께 한국에 가져와 이재을(서울 공덕동본당 주임) 신부의 어머니 신금옥(보나)씨가 보관해오다 최근 평양교구에 전해졌다.

유족을 대표해 순교자 유품을 기증한 문윤숙씨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후대들도 나이가 들어가니 집안에서 보관하는 것보다 평양교구에 기증하는 게 낫겠다 싶어 황인국 몬시뇰을 찾아오게 됐다"며 "순교하신 주교님, 신부님들 유물을 세상에 공개할 수 있게 돼 기쁘고 어머니께서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황 몬시뇰도 "생각지도 못했던 순교자들의 유품을 기증받게 돼 기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고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평양교구엔 아직 박물관이 없어 평양교구에서 생겨난 수녀회인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정릉 본원 박물관에 맡겨 보관하다가 통일이 되면 평양으로 가져가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화신문, 2013년 6월 23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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