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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공개]어떤 천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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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칠 [mpark] 쪽지 캡슐

2002-12-28 ㅣ No.3225

박 성칠 신부님께,

안녕하세요. 저 조 소연이예요.

 

저는요

신부님께 꼭 커피를 사 드리려고

계획을 세우면 까먹어요.

집에 갈 때 생각이 나요.

 

다음엔 돈 300원 가지고 와서

밀크 커피 뽑아드릴께요.

 

유치원에선 옛날에 까먹으면

까마귀 고기를 먹었다고 하는데요,

저도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봐요.

 

신부님도 아실 것 같은데요,

저 대림 특강 안 빠졌지요.

 

신부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어려서 그런건지

잘 못 알아들었는데,

 

눈이 튀어나와서

아이들이 눈 빠질 것 같다고

놀린다는 이야기는

뜻을 알아 그런지 재미있었어요.

 

저도 신부님 처음 보았을 때는

깜짝 놀랐는데

보면 볼수록 어울려요.

 

성탄절 때 미사 꼭 올께요.

이사 가면 꼭 놀러 오세요.

신부님 사랑해요.

 

 

소연이 세라피나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아직 학교 다니지 않는 남동생 하나를 두었지요.

그 녀석 이름은 조창래입니다.

개다리춤의 대가지요.

 

이 남매가 주일 미사에 오면 그렇게 저를 따라 다닙니다.

창래 녀석은 자판기에서 캔 음료수를 뽑아서는

제게 달려오곤 하지요.

세라피나가 그 모습을 보고

저에게 커피를 뽑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어른들이 본 받아야 할(?) 내용이지요!?

 

소연이는 가끔씩 사제관으로 전화를 걸기도 하지요.

조잘조잘 이야기 할 것도 많나봐요.

 

세라피나가 이 편지와 함께 성탄 카드를 보냈는데요.

글쎄 거기에는 놀라운 말이 적혀 있었어요.

어떻게 어린 아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깜짝 놀랐지요.

아마 세라피나 귀에 천사님이 속삭여 주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웃지 못할 정도로 바쁘더라도

그래도

웃으세요.

그래야 새해에 복 많이 받을 수 있을거예요.

 

어린 아이도

웃음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원초적으로(?) 알고 있네요.

우리 어른들이 본받아야 하겠지요.

 

소연이 말대로

비록 엄청 바쁘더라도

우리들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웃어줄 수 있는

연말 연시 되세요.

 

Guten Rut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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