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전격공개]어떤 천사의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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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칠 신부님께, 안녕하세요. 저 조 소연이예요.
저는요 신부님께 꼭 커피를 사 드리려고 계획을 세우면 까먹어요. 집에 갈 때 생각이 나요.
다음엔 돈 300원 가지고 와서 밀크 커피 뽑아드릴께요.
유치원에선 옛날에 까먹으면 까마귀 고기를 먹었다고 하는데요, 저도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봐요.
신부님도 아실 것 같은데요, 저 대림 특강 안 빠졌지요.
신부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어려서 그런건지 잘 못 알아들었는데,
눈이 튀어나와서 아이들이 눈 빠질 것 같다고 놀린다는 이야기는 뜻을 알아 그런지 재미있었어요.
저도 신부님 처음 보았을 때는 깜짝 놀랐는데 보면 볼수록 어울려요.
성탄절 때 미사 꼭 올께요. 이사 가면 꼭 놀러 오세요. 신부님 사랑해요.
소연이 세라피나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아직 학교 다니지 않는 남동생 하나를 두었지요. 그 녀석 이름은 조창래입니다. 개다리춤의 대가지요.
이 남매가 주일 미사에 오면 그렇게 저를 따라 다닙니다. 창래 녀석은 자판기에서 캔 음료수를 뽑아서는 제게 달려오곤 하지요. 세라피나가 그 모습을 보고 저에게 커피를 뽑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어른들이 본 받아야 할(?) 내용이지요!?
소연이는 가끔씩 사제관으로 전화를 걸기도 하지요. 조잘조잘 이야기 할 것도 많나봐요.
세라피나가 이 편지와 함께 성탄 카드를 보냈는데요. 글쎄 거기에는 놀라운 말이 적혀 있었어요. 어떻게 어린 아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깜짝 놀랐지요. 아마 세라피나 귀에 천사님이 속삭여 주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웃지 못할 정도로 바쁘더라도 그래도 웃으세요. 그래야 새해에 복 많이 받을 수 있을거예요.
어린 아이도 웃음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원초적으로(?) 알고 있네요. 우리 어른들이 본받아야 하겠지요.
소연이 말대로 비록 엄청 바쁘더라도 우리들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웃어줄 수 있는 연말 연시 되세요.
Guten Ruts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