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이제 연결되었습니다.

인쇄

강한수 [kangcarolus] 쪽지 캡슐

2001-02-01 ㅣ No.5962

안녕하십니까?

 

저 강한수 신부입니다. 오늘로 벌써 1월이 끝나는군요. 제가 이곳에 19일에 왔으니까 벌써 13일째가 되었습니다. 서울은 이미 2월에 들어섰겠군요. 이곳보다 8시간이 빠르니까요.

 

제가 이곳 이탈리아 페루쟈에 와서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이 이번으로 세 번째입니다. 그런데 처음 두 번은 모두 PC방에서 올렸기 때문에 글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이곳 PC방에서는 한글지원이 제대로 되지가 않아서 거의 한글자씩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내가 쓰고 싶은 곳에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한 글자를 만들고 스페이스키를 쳐서 올리고, 뭐 그런 식으로 글을 씁니다.

 

그것도 메일은 조금 낫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어떻게 글을 올렸는지 화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은 더욱 황당합니다. 내가 쓰는 글이 화면에 제대로 나오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올린 글이 이상하게 올랐던 것입니다. 게다가 게시판의 경우는 게시된 글의 제목과 성명이 모두 깨져서 나옵니다. 그래서 누가 어떤 글을 썼는지 일일이 들어가 보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 느린 속도로 10개만 읽어도 1시간이 금방 흐를 것입니다. 1시간에 사용료가 4-5천원 정도 됩니다. 그러니 잠깐 앉아 있어도 만원 이상이 들게 마련이지요. 돈도 문제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고 한글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정말 애를 먹었습니다.

 

필요가 발명을 낫는다고 했나요?

도저히 하루 이틀도 아니고 PC방을 이용하여 인터넷을 하는 것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간단한 메일을 주고 받는 것도 힘든데, 나중에 자료를 찾는 등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백방으로 인터넷을 하는 방법을 알아 보았고, 드디어 지금 저는 제 방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박수 짝짝짝.

 

사실은 바로 이 말을 하려고 이렇게 길게 이야기한 것입니다. 제가 지금 한글 자판으로 우리 나라에서 메일을 보낼 때의 방법으로 쉽게 글을 쓰고 있다는 이 사실이 저는 너무나도 감격스럽습니다. 이것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모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제게 메일을 보낼 때, 다시 예전처럼 굿뉴스의 ID(kangcarolus@catholic.or.kr)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한메일은 POP3문제로 outlook express에서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불편합니다. 굿뉴스도 잘 들어오니 그리로 메일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메일 보낼 생각도 않는데 무슨 김치국 마시는 소리냐라고 하시더라도 저는 하고싶은 얘긴 합니다. 그리고 보내십시오.

 

-서론 끝-

 

-본론 시작-

 

신신부님, 한신부님, 데레사 수녀님, 젬마 수녀님, 스테파니아 수녀님, 그리고 김 스테파노 사목회장님 이하 본당 교우 여러분, 특히 교사단, 청년들,

저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뭐 그러면 잘 지내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페루쟈 시내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터넷도 개통하고 말입니다. 물론 이탈리아 말은 아직 거의 못하지만 그래도 아는 것은 이탈리아 말로 하고, 이탈리아 말을 모르는 것은 영어로 하면서 조금은 답답하지만 그래도 말 때문에 사는데 불편은 느끼지는 않고 있습니다. 물론 금호동 신자분들의 기도 덕분이지요.

 

이제 내일부터 언어학교 수업에 들어갑니다. 내일부터 9월까지는 여기 페루쟈에서 그 수업을 듣고, 9월 말에 로마로 상경합니다.

 

성당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물론 이젠 제가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궁금한 마음이 생기는군요. 주일학교 피정이라든가, 복사단 피정, 청년 피정 등은 제가 있을 때 계획했던 것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하지만 다 괜한 걱정이지요. 한신부님과 교사단, 청년들이 어련히 잘 알아서 할까봐 말입니다.

 

참, 주일학교 자모회 어머니들, 복사단 자모회 어머니들도 잘 계시지요? 피정 때 또 봉사들 하시느라고 힘드셨겠습니다. 소식이 궁금하군요. 잘생기신 한신부님 보는 순간 저를 까맣게 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괘씸하군요.

 

그러고 보니 단체마다, 사람마다, 참 할 말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구 말들이 목구멍까지 나오는게 가슴이 벅차오른는데, 실상 무슨 말을 끄집어내려니까 잘 되지가 않습니다. 멋쩍기도 하구요.

에이, 오늘은 이제 그만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그 대신에 김소연 글라라라는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쓴 시 한편을 올립니다.

 

<성모님>

봄비 맞으시며,

성당 마당에 홀로 서 계신

성모님께,

내 작은 노란 우산을 드리고 싶다.

 

뜨거운 햇살 아래,

홀로 서 계신

성모님께,

내 하얀 원피스를 드리고 싶다.

 

나뭇잎 다 떨어진

홀로 서 계신

성모님께,

내 까만 바바리를 벗어드리고 싶다.

 

하얀 눈 내린 겨울 마당에

홀로 서 계신

성모님의 눈 덮인 발을

따뜻한 내 손으로

덮어드리고 싶다.

 

 

금호동 성당 마당에 홀로 서 계신 성모님이 생각납니다. 지난 번 공사로 지금 눈은 맞고 계시지 않겠지만 우리 모두가 금호동 성모님을 혹시 외롭고 쓸쓸하게 만들어 드리지는 않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모두들 즐겁게 건강하게 지내시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하느님 은총 속에 사는지 삶 안에서 느끼고 나누시길 바라겠습니다.

 

2001년 1월 31일 늦은 밤에,

이탈리아 페루쟈에서 강한수 신부 올림.

 

추신 1. : 이곳에 오자마자 박완신 데레사 자매와 전화통화 했습니다. 무척 반가와 하더군요. 지금 있는 카푸아라는 곳은 이곳에서 조금 멀어서 만날 수가 없고, 여름쯤이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하고 싶은 분은 오십시오.

 

추신 2. : 금호동 성당 청년 축구팀 주장에게, 안정환이 아직도 나에게 인사를 안 오는데 어떻게 좀 해봐라.



27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