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8월 성모신심미사 예수님의 탄생예고(루카 1,26-38) '17/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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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7-08-19 ㅣ No.3355

8월 성모 신심 미사 예수님의 탄생 예고(루카 1,26-38) '17/08/19

 

 

 

내 어머니

아버지가 외할아버지께 말씀하셨답니다.

제가 따님과 결혼하게 해주십시오. 저도 가정을 꾸리고 싶고, 길에서 놀고 있는 그 어느 어린아이 같은 아이를 가지고 싶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는 무엇을 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고 싶었을까?’

아버지는 어머니 뒤를 쫓아가며 돌을 던졌는데, 뒤를 돌아보며 욕을 하지도 않고, 멈칫거리지도 않고, 돌아보지도 않은 채 앞만 바라보고 가시기에, 그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저것이 여성의 정숙한 모습이겠거니 하면서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무엇을 보고 아버지에게 어머니와 결혼하도록 허락하셨을까?’

청혼을 하러 오신 아버지를 맞으면서 어머니는 행복했을까?’, ‘어떤 기분이셨을까?’, ‘피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잘생긴 아버지를 남편으로 맞게 될 미래에 대한 기대로 설레셨을까?’ ‘어머니는 결혼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못내 아쉽고 송구스러운 것은 내가 어머니의 인간적이고 여성적인 매력을 잘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여러분의 배우자는 왜 여러분을 배우자로 선택하셨다고 합니까?

여러분은 왜 여러분의 배우자를 선택하셨습니까?

여러분이 결혼하실 때 여러분의 부모님은 무엇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셨습니까?

그 때 여러분의 결정을 지금 자랑스러워하십니까? 아니면, 후회와 원망 속에서 마지못해 살고 계십니까?

 

 

 

우리 어머니

은총이 가득한 이여

천사가 마리아를 찾아왔을 때 마리아는 행복했을까?

마리아는 우선 당황했을 것입니다. 무섭기도 하고. 천사가 찾아오리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을 것이니까. 이 드라마틱하게 서술한 성모영보고지에서 마리아는 기쁘고 행복했으리라.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고, 하느님께서 자신과 함께해주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테니까.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고대로부터 많은 이들이 신을 보고자 했고, 알고자 했으며, 더 나아가 신이 자신을 특별히 사랑해 주기를 기대하지 않았던가! 어린 소녀 마리아는 오늘 순수한 마음으로 천사의 말을 들었으리라. 어쩌면 천사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사실 앞에 당황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듣고 대답했는지 기억도 안 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성경 기자는 그냥 황망한 가운데 이 사건이 지나갔다고 여기지 않도록 이런 기록으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29)

그리하여 마리아가 설렘 속에서 천사가 자기에게 결론적으로 무엇을 말할지 궁금했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 설렘이 이어지는 천사의 말에 따라 당황스럽고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들었음은 어떤 일일까.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30-33)

어쩌면 마리아는 자기가 잘못 들었다고, 다시 말해달라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의 총애를 받는 일이 아기를 가지는 일인가?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인 안나에게서 새 아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하필 아직 결혼도 안한 소녀인 나에게서 아기가 난다는 말인지? 어리둥절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가임 연령에 다다른 마리아로서는 망측하고 창피하다고도 여겼을까? 더군다나 단순한 아기 이야기가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을 가지리라는 말과 자기 아들이 지상의 지도자가 된다는 사실을 머릿속으로 쉽게 그려내기 어려웠으리라는 상상이 갑니다. 마리아도 의식이 있는 여인이었을까? 마리아도 그 시대 그 인류가 갈등하고 고대하던 메시아 시대를 그렸을까? 자신을 통해 새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순진한 소녀 마리아는 오늘 우리 같으면 이해하기 힘들어 마음에 담고 감히 말할 수 없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말을 입에 담고 맙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34)

어이가 없는 이야기라 여기고 무시하며 웃어넘길 수도 있었을 텐데, 마리아는 지적하고 대응합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재차 말합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35-37)

.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신자가 알려왔습니다.

남편은 실직하고 고주망태가 되었습니다. 생활비로 빚만 늘어가고, 자식은 끝내 돈이 없어서 학교를 휴학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성당에 가서 예수님께 매달리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성체조배를 꾸준히 하다 보니, 애 아빠가 술을 끊고 냉담을 풀었고, 돈이 없어서 학교마저 휴학했던 아이는 전액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남편의 회개가 가능해지자, 그 신자는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주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돌려 드립니다. 어디 좋은 일만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 드려야 합니까? 우리가 살아있음도, 거룩해지는 것도, 죽음도, 부활을 기대하는 것도, 양보와 겸손과 희생도, 수고와 고통을 겪을 대로 다 겪으면서도 희망을 간직하는 것도!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 드려야 할 일입니다. 이 모든 일이 하느님께서 우리 삶 안에서 가능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시는 일이라 믿습니다. 어제처럼 오늘을, 오늘처럼 내일을 살아 숨을 쉬게만 해주시는 것도 감사 드릴뿐입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예까지 들어가며 설명하는 천사의 말에 더이상 답을 하지 못합니다. 마리아는 말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

언젠가 인사이동 시기에 누군가 물었습니다.

신부님 연배가 되면 어느 정도 아시지요? 이번에 어디로 가십니까?”

우리야 언제,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저희도 발령장 받아볼 때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됩니다. 저희야 그저 주교님이 가라하면 가고, 오라하면 오고, 어디 가서 살라하면, 그 어디 가서 사제로서 열심히 살 뿐입니다.”

 

마리아의 기쁨

마리아는 하느님의 선택을 받아서 기뻤을까? 개인적으로 하고 싶고, 얻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그런 것을 얻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원하신 것을 받아들여야 했을 때.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바라는 것과는 전혀 다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정반대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마리아의 당혹감과 두려움, 망설임을 기억합니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선택과 부르심에 응답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절로 내 자신을 비춰봅니다. 우리의 바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택을 찾고 인지하여 기꺼이 수행하겠나이다. 한 때 술자리에서 권주사로 신자분들이 환호했던 말들이 생각납니다.

거시기퍼즐! 거절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기쁘게, 퍼펙트하게, 즐기자!’

 

훗날 아들 예수님과 마리아님 자신 그리고 오늘 우리 교회는 이 때 이 마리아의 응답을 원망하고 되돌리고 싶었을까? 새 세상을 열도록 허락해 주시고 불러주신 주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주님, 저희를 통해 주님의 거룩한 일을 이루소서. 아멘.’

우리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건과 상황들을 마주치고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에게 닥치는 사건들과 상황들 앞에서 이렇다 할 정보나 구체적인 지식도 없이 짧은 시간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가 결정을 내릴만한 충분한 시간도 없이 응답을 해야만 하는 사건과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고, 그것들이 우리 미래를 좌우합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도 없습니다. 그에 따른 기쁨과 보람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아픔과 어려움도 같이 다가올 텐데. 그것에 대해 우리는 미처 헤아리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리도록 요청받고, 우리는 그렇게 미래 앞에 던져집니다. 하이데거가 말했던가요.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오늘 마리아의 응답을 바라보며, 마리아를 선택하신 하느님의 섭리와 안배를 기억합니다. 수천 년 전에,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어 하느님으로부터 낙원에서 쫓겨날 때,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악을 집어넣은 뱀에게,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

라고 하시면서 악을 제거해 주셨습니다. 구세주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신 바로 그 순간부터 점지하시고 준비해 오신 하느님의 섭리와 안배에 감사드립니다. 마리아에 대한 하느님의 시선과 그 사랑을 바라보며 기도합니다.

 

 

 

기도

주님, 저희를 이토록 사랑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 저희에게 펼쳐주시는 세상 한 가운데에서 주님을 믿고 의지하며 아버지 하느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아멘.’

주님, 저희가 겪는 모든 상황과 처지에서 저희에게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듣게 하소서. 아멘.’

주님, 저희가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정확히 듣고, 당황해 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기쁘게 응답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시며 부르시는 주님, 저희가 주님의 말씀을 일상에서 기꺼이 수행하게 하심으로써, 주님의 거룩한 일을 이루소서. 아멘.’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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