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9월 3일(금) - 7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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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9-07 ㅣ No.165

  명동성당 언덕은 8월 중순부터 시작된 "국가보안법철폐와 민간통일운동에 대한 탄압의 중지"를 외치며 천막농성에 돌입한 범민련과 "삼청교육대 피해보상과 인권회복"을 위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삼청교육대 피해보상 대책위원회의 반복(9월 1일-2일자 참조)되는 것 외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문제들이 핫-이슈가되어 국민들에게 피부적으로 다가서지도 않고 있다보니, 마치 성당언덕은 잊혀진 어느 옛 성처럼 가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궁금해하는 정도이다.

 

  이들도 물론 약속한 대로 이행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 약속한 날이 다가 오고 있는데(범민련은 9월 14일, 삼청교육대는 9월 13일)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걱정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9월 8일(수)-10일(금)까지는 "미아 1-1지구 재개발 재산

보호위원회"의 명동대집회가 있을 예정이고, 오늘(9월 7일)부터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무기한 단식농성이 시작된다.

 

9월 7일(화)

 

09:00 -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대표인 문규현 신부가 찾아왔다.

      어제(9월 6일) 가톨릭회관 천주교 대학생연합회 사무실에서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총회를 열고 "보안법철폐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의를 하고, 장소를 명동성당으로 정했는데 장소에 대한 협조를 의뢰하기 위해 왔다고 말한다. 장소는 성당내로 할 것인지, 언덕에서 할 것인지 아직 결정을

못했는데 어디로 정하면 좋을지를 물었다. 물론 성당내에서든 언덕이든 몇

가지의 문제가 있고, 또 신중하게 논의를 해야할 문제들도 있기에 지금 논의하는 것은 시간이 부족하다는데 합의를 보았다. 왜냐하면 10:00에 기자회견과 삭발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 기자회견을 마치고 먼저 가톨릭회관 2층에 있는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사무실에서 일단 단식농성에 들어가고, 2-3일 서로 시간을 내어 논의하자고 한 후, 기자회견을 준비를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10:00 - 성모동산엔 정의구현전국사제단 30여명의 사제들이 모여 있었다.

      기자회견 준비가 끝나자 대표인 문규현 신부가 회견문을 낭독했고, 곧 이어 삭발이 시작되었다. 문규현 신부를 선두로 8명의 전국대표 사제들이 차례로 삭발에 들어갔다.

 

11:20 - 기자회견 -> 삭발 -> 질의응답을 끝으로 단식농성장인 가톨릭회관으로

      이동했다.

 

참 조 -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 전문>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단식기도에 들어가며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왔다.

           진리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 듣는다."(요한18:37)

 

        1) 그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께 질책을 들어왔습니다.

"너 어디있느냐?"(창세3:9),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세4:9) 이것은 우리 자신의 존재양식에 대한 물음이며 내겨레, 내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을 촉구하는 채찍입니다. 또 우리는 역사와 민중으로부터 "교회는 어디에 있는가?"

라는 끊임없는 탄원을 듣고 있습니다. 이러한 탄원에 대해 사제로서 응답을 하고자 합니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2) 우리는 그리스도의 복음만큼 인간의 존언성과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어떠한 인간의 법도 없다는 확신으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아무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 즉 현존하는 장소와 여건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제안하여 이땅의 참된 행복의 삶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3) 우리가 선포하는 복음, 곧 하느님 나라는 정치적 권력행위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정치권력은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기본적 인권과 자유는 능력과 창의가 자라나고 피어오르고 열매맺는 터전이요, 토양이기 때문에 유보적인 것이 아니라 천부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집권자의 시혜에 기대하기 보다는 전제되어야 할 원칙에 충실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천부적 기본권을 유보시키며 끊임없이 인권을 유린해 온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4) 냉전이데올로기와 악법에 의해 유지되는 안정과 질서는 성서의 말씀대로 ’회칠한 무덤(마태23:27)’일 뿐입니다. 이를 두려워 하며 좌시한다면 우리도 그 공범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금 강력히 요구 합니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5) 공동선이란 하느님의 처음이자 마지막 법으로, 집단이나 그 집단

개개인이 보다 완전하고 보다 용이하게 자기 완성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생활의 조건들의 바람직하고 균형있는 총체를 말한다.(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26항) 공권력은 본질상 공동선을 보장하기 위하여 설치되고 부여되는 것이며, 이 최고 목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불우이웃돕기와 같은 정부나 가진 사람들의 동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자선인 사회정의 구현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면 정의를 위해 힘쓰고, 평화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인권을 수호하라고 호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의와 평화에서 패배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정의없이 민족의 존엄성과 긍지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땅의 정의와 평화의 승리를 위하여 반드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6) 우리는 민족구성원 각자가 제몫을 하게 하는데 헌신하고 민족과

민중 속의 교회에 몸담고 있는 사제로서 우리들 몫인 십자가를 지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겨레와 역사 앞에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왔다"(요한18:37)는 그리스도의 삶을 사제적 소명으로 삼고자 합니다. 그 증거적 삶으로서 끊임없는 기본권 침해로 인권을 유린하고 이땅의 정의와 자유, 평화와 일치의 참된 행복의 삶을 억압해온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사제적 의지를 오늘 단식기도로 드러내고자 합니다.

        7) 억압과 비인간화를 재촉하는 죄악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성서의 말씀을 들어 경고합니다. "사람은 하느님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니 남의 피를 흘리는 사람은 제 피도 흘리게 되리라"(창세9:6)

 

                            1999년 9월 7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문규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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