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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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kimpaul25] 쪽지 캡슐

2005-11-23 ㅣ No.3431

 

기도


하느님,

어찌 합니까?

빌러 산으로 갑니다.

예수님의 골고다 언덕으로 복을 주우러 갑니다.

피땀은 뉘 흘리고, 열매만 주우러 갑니다.

참으로 죄송하지만 들어 주소서.

대모산 구룡산 등성이에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30년 흥얼거리던 각설이 타령을 또 하러 갑니다. 아마,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저쪽 만 보시겠지요. 그것이 옳으신 판단인 줄 알면서, 오늘도 묵주 끈을 하염없이 돌리렵니다. 오직 믿는 것은, 사리(事理)에 어두우신 어머니, 차마 끊지 못하시는 낡은 치마꼬리 모정을 붙잡으러 갑니다.

우상처럼 우뚝한 기도가 이리저리 허수아비를 세워놓고는 내 맘대로 ‘다 뜻대로 되었다’고 '신앙이라고', 덧칠하는 그림을 그리러 갑니다.

오직 우리 엄마 성모님의 그 치마꼬리를 잡아 칭얼대려고 갑니다. 저의 전력을 묻지 마시옵고, 또 저의 내일의 방탕을 내다보지 마시고, 그냥 들어주십시오. 엄마 치마꼬리 잡고 쓰는 생떼가 이뤄지지 않은 일이 61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내 엄마의 엄마이신 내 성모님이시여!

오늘 조르고 내일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새끼의 그 기도입니다.

새끼를 위한 생떼를 엄마께 되풀이 하는 천륜의 생떼를 모르는체 지긋이 들어주시는 어머님!

아멘!!!!!!

2005. 11. 23(수)

자식 수험장에 넣고 하도 답답하여,  대모산, 구룡산을 오릅니다. 예수님의 그 피나는 골고다를 쳐다보면서 무위도식하는 나를 드려다 보니 차마 더 이상 달라고 못하고, 오직 만만한 성모님께 칭얼대어 봅니다. 내 어머니  내 생떼를 들어주시듯이 들어주시리라 약삭빠른 계산으로.

성모 어머니, 오늘 시험 보는 모든 사람의 가슴에 모정으로 손을 대어주옵소서. 기도를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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