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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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림 [hyukim7] 쪽지 캡슐

2008-08-20 ㅣ No.1539

약물 치료 때문에 잠을 설쳐서 새벽을 밝힌지가 벌써 몇 일이다. 늘상 밤이면 자고 아침이면 눈을 뜬다는 일상이 얼
 
마나 행복한 삶인지 이런 일들을 겪기까지 우리는 모르고 살아 간다. 잠은 부족하지만 정신은 맑아 지고 잃어 버린 
 
아니 잊었던 감성들이 내가슴 속에서 회오리를 친다.몸은 지치지만  온 몸에서 되살아 나는 감각의 희열은 또 어떠한
 
가? 지난 겨울 금이 가서 아팠던 무릎이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고 감각이 되돌아 오듯 수술 휴유증으로 무뎌져서 약
 
간은 마취된 듯한 팔과 어깨가 표시 안나게 조금씩 감각이 살아 나고 있음을 느끼며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달팽이의 더듬이가 세상을 이런 감각으로 느낄런가? 내 모든 촉각이 삶을 향해 열려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들 고모와 미장원에서 가발을 손질해 두었다. 마음씨 착한 단골 미용사는 요즈음 내가 보기에 딱해 보이느지 안쓰
 
러워 어쩔줄 몰라 하며 정성껏 가발을 자르고 드라이를 서비스로 해주었다. 고모와 미용사는 믿기지 않게 명랑하고
 
밝아 보이는 내가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 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아마도 우울해 하고 슬퍼서 징징 거리는게 정상일거
 
라 여기는 듯 싶다. 두 사람이 보기에 내가 괜한 헛웃음을 웃는듯 한지 물어 보았다. 다행히도 그렇지 않단다.
 
왜 그럴까?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죽음의 문 턱을 본 자와 아닌자의 차이일 듯 싶어 진다.
 
죽음의 문 턱을 보고 나니 모든게 평화로워 질 수 있었다.
 
세상 모든일이 이해 안 될 것이 없었고 용서 안 할 것이 없었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오늘 하루의 삶이 감사롭고 숨쉬는 모든게 감사로울 수 밖에 없음을 그들은 알 턱이 없다.
 
 
내가 살기 싫은 오늘 하루가 어떤 사람들은 그토록 살고 싶었던 하루였으리라는 걸 실감 하며 하루 하루를 산다.
 
오늘 하루 지금 이순간 내가 숨쉬고 살아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사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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