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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569] 윤수정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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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윤 [marysmartino] 쪽지 캡슐

2000-03-06 ㅣ No.572

+찬미 예수님 여성 사제에 관한 논쟁은 그만하라고 외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토론실 자유발언대'의 취지상, 글을 올리시는 분들에게 그런 주장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수정님의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만, 님의 주장에 대하여 몇가지 의문 이 들어 질문을 던져봅니다. 우선 님은 아랫글에서 '학교와 교회에서 주로 성차별을 당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교회에서 어떤 차별을 경험하셨는지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님이 주장하시는 글의 핵심에 관한 것이므로, 구체적으로 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논지의 설득력을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요? 두번째는, 님은 '지상에서 천국을 세우려는, 즉 교회를 위해서 잘해보 고자 하는 의지로서' 여성 사제제도를 주장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님의 글을 읽는 독자로서 님이 제시하시는 근거는 오직 님이 어린 시절 복사단이나 미사집전을 하시는 사제님을 보고서, 자신도 그것을 하고 싶지만 원천적으로 사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한 경험밖에 는 찾아볼 수가 없군요. 다음은 님이 올리신 글의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어린 시절 저는 복사나 사제가 되는 남자 아이들을 보고 난 저렇게 훌 륭한 일을 수행할 수 없는 미천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가 타고난 성에 대해서 커다란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님이 여성 사제를 주장하며 제시한 유일한 근거는, 어린 시절 사제나 복사 아이들을 보고 자신은 그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가졌던 느낌밖에는 없습니다.그렇다면 님은 사제직은 특권이며, 여성에게 사제직 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는 교회의 여성 차별적 행위로서, 여성의 '평등' 및 '해방'을 위해서는 사제직 수행도 여성으로서 누려야할 권리로 인정되어야한다는 것이 님이 여성 사제직을 주장하는 근본적 이유임을, 부인하지 않으시겠지요. 이에 대하여, 사제직은 님이 생각하시는 '특권'이 아님을 밝히신, 이곳 게시판에 오른 한 신부님의 글을 비롯해서 많은 글들을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과연 사제직이 현재 남자들만이 향유하고 있는 특권이며, 남녀 평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할 이슈인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제 딸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1학년 생입니다. 그리고 물론 저도 윤수정님의 부모님처럼, 제 딸아이의 장래를 위해 우리나라의 여권 신장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진전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 딸아이도 님과 똑같은 질문을 저에게 한 적이 있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는, 그날 제 딸아이와의 대화는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아빠, 나도 크면 신부님될꺼야' '왜?' '미사때보면 너무 멋있으니까' '신부님은 남자들만 하는 거야' '왜요?' '그건 아빠도 몰라.하느님이 그렇게 정하셔서 그렇게 내려오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너는 신부님보다 훨씬 멋있는 일을 이다음에 크면 할 수 있어.' '그런법이 어디 있어? 나두 신부님 할꺼야!' 딸을 천주교 신자라면, 누구나 이런 질문을 받은 경험을 받으신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우선, 저는 딸을 둔 아빠로서 제 딸아이가 사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또한 기혼자인 제가 사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기혼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제직은 결코 인간적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성소(하느님의 부르심이란 뜻, 잘 알고 계시겠지요)' 이며 봉사의 직분이라는 제 개인적인 생각 이외에도, 오직 예수님이 세우시고 성령의 인도로써 정립되어 온 우리의 교회 제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때문입니다. 사제직을 미혼 남성에게만 허용하도록 우리의 교회제도가 예수님 이래 2,000년간 내려온 전통이라는 사실은, '내려오는 전통이니까 잘 지키자'라든가, 남성들의 기득권 의식 등 우리가 추정해 볼 수 있는 인간적인 이유보다는 훨씬 높은 차원의 이유에 근거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즉 그것은 도저히 우리 인간의 머리와 이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주님의 섭리에 의한 것이라고 저는 딸아이에게 말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감실 안에 계신 성체가 실제로 예수님의 몸이라는 사실을, 인간적인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으나 그저 믿음으로서만 확신하며, 그 사실을 딸아이에게 합리적으로 이해시킬 수는 없으나 사실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과 동일한 이치입니다. 감실 안의 예수님의 현존을, 모든 과학적, 철학적 사유를 동원해도 설명할 수 없으나 사실이듯이, 여성 사제직이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반석삼아 교회를 세우신 이래 2000년 동안 성령의 도우심으로 계속되어온 가톨릭에서 단 한번도 허용되지 않는 사실도, 사회 평등 주의, 페미니즘,그외 어떤 사상으로도 우리가 분석할 수 없는 '성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관하여 제가 딸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이에게 진실로 감실안에 계시는 주님을 확신할 수 있는 믿음이 생기고, 그러한 신앙의 눈으로 가톨릭 교회의 유산을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부모로서 주님의 가르침을 전달해 주고 기다리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교회의 개혁이라는 엄청난 문제를 사회 제도 개혁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고 그것에 적용하는 인간적인 잣대로 평가하고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는 버려야할 것입니다. 교회는 사회제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지체요, 신비체이기 때문입니다. 장황한 글 죄송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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