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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추모사(수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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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에 묻힌 석양(夕陽) 작은 형제회, 김 선 호 가브리엘 형제. 드넓은 지평선 지는 석양은 붉은 물결 지난 역사를 품에 안고 심원한 호수에 잠들어 버렸습니다. 호숫가에 모여 앉은 어린양들은 제단을 쌓고 하늘을 우러러 향을 피웁니다. 피어오르는 향 줄기는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마를 줄 모릅니다. 저 멀리, 호수를 둘러싼 고원의 눈덩이들은 만년의 시리운 약속도 잊은 채 서둘러 호수로 녹아듭니다. 호수의 표면은 미동치 않고, 한 마리 날던 솔개 마저도 하늘에서 사라집니다. 남겨진 양들의 시선은 하염없이 호수만 바라 보는데, 석양이 남겨 놓은 발자국의 무게만이 그 기억을 더욱 또렷하게 합니다. 그 음성을 한층 더 가까이 합니다. 어둠이 호수 위를 감돌고 은하수가 말라붙고 샛별이 고개 들기를 주저하는 이 밤 하늘 호수 석양이 누운 자리에 마주한 어린 양의 노래가 가슴속 바람에 흔들려 고이 합장 합니다. 그 순간, 아침 해가 다시 떠오르기엔 너무 깊은 까만 이 밤에 하얀 물안개가 내리우고 고원의 하늘, 심원한 호숫가를 소복이 뒤 덮습니다. 석양이여! 하늘 호수에 묻힌 그대가 이 밤을 잠재우고, 새벽 문을 젖히는 갓밝은 눈망울 이었습니다. 이제야 보았습니다. 석양이 품고 잠든 새벽의 휘장을... 석양이여! 꿈꾸지 마소서. 깊이 잠기소서. 아무 말씀 마소서. 깊이 잠기소서. 여명의 뿌리를 더 깊이 내리우소서. - 마침 - <05년 4월 5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추모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