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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추모사(수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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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5-04-06 ㅣ No.75

하늘 호수에 묻힌 석양(夕陽)


작은 형제회,  김 선 호 가브리엘 형제.

드넓은 지평선 지는 석양은
붉은 물결 지난 역사를 품에 안고
심원한 호수에 잠들어 버렸습니다.

호숫가에 모여 앉은 어린양들은
제단을 쌓고
하늘을 우러러 향을 피웁니다.

피어오르는 향 줄기는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마를 줄 모릅니다.

저 멀리,

호수를 둘러싼 고원의 눈덩이들은
만년의 시리운 약속도 잊은 채
서둘러 호수로 녹아듭니다.

호수의 표면은 미동치 않고,
한 마리 날던 솔개 마저도
하늘에서 사라집니다.

남겨진 양들의 시선은
하염없이 호수만 바라 보는데,
석양이 남겨 놓은 발자국의 무게만이
그 기억을 더욱 또렷하게 합니다.
그 음성을 한층 더 가까이 합니다.

어둠이 호수 위를 감돌고
은하수가 말라붙고
샛별이 고개 들기를 주저하는 이 밤



하늘 호수
석양이 누운 자리에
마주한 어린 양의 노래가
가슴속 바람에 흔들려 고이 합장 합니다.

그 순간,

아침 해가 다시 떠오르기엔
너무 깊은 까만 이 밤에
하얀 물안개가 내리우고
고원의 하늘, 심원한 호숫가를
소복이 뒤 덮습니다.

석양이여!

하늘 호수에 묻힌 그대가

이 밤을 잠재우고,
새벽 문을 젖히는
갓밝은 눈망울 이었습니다.

이제야
보았습니다.

석양이 품고 잠든
새벽의 휘장을...

석양이여!

꿈꾸지 마소서.
깊이 잠기소서.

아무 말씀 마소서.
깊이 잠기소서.

여명의 뿌리를
더 깊이 내리우소서.

- 마침 -

<05년 4월 5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추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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