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가톨릭대학교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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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희 [dhpark79] 쪽지 캡슐

2000-02-07 ㅣ No.1157

안녕하십니까?

김수환 추기경님 요즘 건강은 어떠하신 지요? 저는 가톨릭대학교 법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박대희라고 합니다. 신문지상에서 다가오는 이번 선거에 대해 걱정하신다는 기사를 얼만 전 보고 아직도 우리 사회, 우리 국민을 사랑하시는 마음 한결 같으신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 것은 학교 내에 불미스러운 분쟁이 일어나 추기경님께 여쭈어 뵙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각 학생들에게는 등록금 고지서와 함께 총장님이신 최승룡 신부님께서 학부모님들께 편지 한 장을 동봉하셨습니다. 글의 내용은 과거 3년 동안 동결된 등록금을 부득이 인상하게 되었다는 사과의 말씀과 이에 학부모님들의 협조를 부탁하시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총학생회와 학생들 대다수는 학교의 이러한 등록금 인상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또한 등록금을 인상하던 과정에서 학생들과 충분한 대화나 토론 없이 방학 기간 중에 행해 졌다는 것에 심한 거부감과 반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학교측과 총학생회가 계속 해서 대화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는 재정 면에서 타 학교들에 비해 우수하다고 합니다. 제가 입학 원서를 낼 당시 우리 가톨릭대학은 우수한 재정과 교수 확보율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며 광고를 하였습니다. 또한 올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것(중앙일보2월 2일자 보도)에서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은 명분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는 이월·적립금에서 많은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9%의 등록금 인상이라니 객관적으로 보아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우리는 아직 IMF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실업자가 존재하고 선배들은 취업에 실패 할 두려움에 졸업을 연기하거나 높은 경쟁률의 입사시험장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등록금이 없어 한창 학문에 정진해야 하는 2,3학년들도 군대로 피난을 가는 실정입니다. 물론 97년 98년 보다 우리가 약간은 상황이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의 계층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체감 경기는 오르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횡재의 꿈에 젖어 있거나 주식이나 복권과 같은 일확천금에 빠지거나 패배감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 아들, 딸을 대학에 못 보내고 울음을 삼켜야만 하는  부모님들은 아직도 셀 수 없습니다. 단지 자신의 무능으로 인해 자식까지 가난을 물려받아 아름답고 싱그럽게 여물어 가야하는 꽃다운 청춘들에게 그늘만 드리워야한다는 것에 많은 부모님은 절망하고 마른 울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을 교육 목표로 한다는 가톨릭대학에서는 사랑보다는 가진 자들에 대한 증오심만을 선사한다는 것이 어찌 말이 됩니까?

교육사업도 어찌 보면 이익을 내야하는 business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이 경제적으로 교육받을 자와 그렇지 못할 자를 가르는 잣대가 된다는 것이 어찌 말이 됩니까? 오산학교가 그리하여 만들어 진 학교였습니까?

많은 석학들이 걱정하는 것이 못 가진 자들이 교육에서 소외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평등을 이루려는 우리 사회의 가치인가요? 앞으로 교육받지 못한 자는 급격히 변하는 21세기에서 생존하기 힘든 사회가 될 거라고 합니다. 결국 가난이라는 것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자식까지 사회의 낙오자로, 소외자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인간존중의 가톨릭대학교가 이루려는 궁극적인 가치인가요?

혼란스럽습니다. 우리 학교도 결국 물신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 그것이 무섭고 혼란스럽습니다.  추기경님 해답을 주시겠습니까? 총학생회측은 타협의 여지가 없을 때는 총장실 점거와 같은 과격한 행동까지 생각하는 듯 합니다. 다른 비리 사학에서나 벌어지던 추한 결과가 나타날까 심히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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