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기도의 힘 - 사순특강을 준비하면서 (사목회 교육분과)

인쇄

오규철 [kcoh] 쪽지 캡슐

2006-03-05 ㅣ No.4407

 

기도의 힘

 

  

  소년 마리오와 안셀모는 친구였다. 마리오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살았지만 겸손했다. 그리고 자기 집 대문 앞에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살아가는 안셀모에게 늘 따뜻한 우정으로 대했다.  둘은 열심히 성당에 다녔다. 어느 날 마리오는 “수도원에 입회하게 되었다.”고 안셀모에게 말한다. 그러자 안셀모는 눈을 빛내며 답했다. “네가 위대한 설교가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할게. 끊임없이 기도할게.” 안셀모는 진심으로 말했다.


  그리고 혼자 남은 안셀모는 일 년을 매일 같이 온갖 열정과 정성을 다해 친구 마리오를 위해 기도했다. 그런 뒤 그는 애걸하다시피 하여 마리오가 있는 수도원에 지원했다. 청소부이라도 좋으니 그저 있게만 해달라는 청원이었다. 멀리서 마리오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매일 매일 그를 위한 기도와 희생을 주님께 바치는 것이 안셀모의 즐거움이었다.


  세월이 흘렀다. 마리오는 드디어 사제가 되어 첫 설교를 하게 되었다. 안셀모는 떨리는 가슴으로 그를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마리오 역시 군중 속에 끼어 있는 안셀모를 보는 순간 용기를 느꼈다. 뜨거움이 자신을 휩싸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마워 안셀모” 마리오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수도원이 생긴 이래 최대의 설교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중들은 감동했고 마리오는 단박 위대한 설교가로 떠올랐다. 여기저기서 설교 요청이 들어왔다. 그때마다 마리오는 사람들의 영혼과 정신을 흔드는 맑은 설교로 답했다. 그리고 그가 가는 곳이면 그림자처럼 안셀모 수사가 있었다.


  세월이 자꾸 흘러갔다. 마리오는 명성이 자자한 주교가 되어 있었다. 바쁜 일정과 업무가 그를 뒤따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위를 맴돌았고 만나기를 원했다. 어느 날 그는 안셀모 수사를 우연히 만났지만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바빴던 것이다. 조금씩 그는 안셀모 수사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었지만 깨달을 수 없었다. 세월이 또 흘렀다. 여느 때처럼 그는 강단에서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어쩐 일인가.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오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불안한 느낌이 그를 휩싸고 놓아주질 않았다. 습관처럼 그는 안셀모를 찾았지만 청중 속엔 없었다. 마땅히 있어야 할 그가 없었던 것이다.


  설교를 대충 끝내고 안셀모 수사의 안부를 물었다. 다른 수사들이 답했다. 그는 몹쓸 병을 얻어 견디다, 견디다 어제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운명하면서도 마리오 주교님이 걱정할까봐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잠시 동안 그는 지난날의 추억에 젖었다. 하지만 다음 스케줄에 쫓겨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안셀모, 내 친구. 안셀모 안녕...” 그는 이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다음 설교는 몇 달 전부터 계획된 중요한 설교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목마름을 적셔줄 주교님의 설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설교는 공허했다. 맥없는 소리의 나열뿐이었다. 마리오 주교는 처음으로 초조해졌다. 청중들의 실망이 눈 안에 들어왔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힘이 느껴지지 않았고 힘을 쓸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제일의 설교가 나, 마리오 주교가 아닌가. 그런데 일개 평 수사였던 안셀모의 기도가 내 설교의 원천이었단 말인가. 그는 혼란스러웠다. 그렇지만 아무리 애써도 예전처럼 영혼을 터치(touch)하는 힘 있는 설교가 더 이상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그는 깨닫는다. 안셀모가 주체(主體)였고 자신은 껍데기였다는 것을. 안셀모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이 진짜 주인이고 자신은 그의 말씀을 전하는 하나의 스피커(speaker)였다는 것을.

**************************************************************************

  

 위의 이야기는 1800년경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이고, 3월 25일 우리 본당에서 사순특강을 해주실 이호열(시몬) 신부님께서 몽골에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시몬 신부님은 현재 몽골에서 청소년을 위한 사목활동을 하고 계시며, 좋은 ‘스피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자 여러분들의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사순특강의 주제는 “요나서 묵상과 몽골에서의 선교체험”입니다. 보다 의미 있는 특강이 되기 위하여 이호열 신부님께서는 신자 여러분들에게 다음 사항도 부탁하셨습니다.

(1) 요나서를 천천히 읽고, 하느님께서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지 묵상하고 메모해 봅시다.

(2) ‘내가 요나라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7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