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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교황 요한바오로2세 추모 미사 강론(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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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5-04-06 ㅣ No.73

故 교황 요한바오로2세 추모 미사

2005. 4. 5. 오후6시
명동 주교좌 성당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 안에 우리의 영적 아버지이시고 스승이시며 동시에 우리의 형제, 우리의 牧者이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1년 5월13일 입으신 총상에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수술과 고통스러운 투병 끝에 마침내 주님 안에 고이 잠드셨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렇게도 늠늠하고 믿음직스럽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힘차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시던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1984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방문하셨을 때 비행기 문이 열리자, 환영 나온 이들은 물론 마치 한국민 모두를 껴안으실 듯 두팔을 벌리고 반기며 미소짓던 그분, 트렙을 내려서서 즉시 꿇어서 땅에 친구하시며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 하시며 이 땅과 우리 겨레에 각별한 경건과 애정을 표시하시던 그 모습, 첫 인사 말씀 시작에 논어에 나오는 말씀을 인용 “벗이 있어서 먼데로 찾아가면 그야말로 큰 기쁨이 아닙니까” 하시며 우리를 놀라게 하실 만큼 우리를 벗으로, 친구로 대하신 그 정감과 분단된 이 땅의 모든 이를 껴안으시던 그 사랑을 우리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다녀가신 것을 계기로 Roma에 순례 간 한국 사람들을 볼 때마다 우리말로 “찬미예수” 또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시던 교황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고이 간직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교황님께는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정감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것은 당신이 나치 독일과 이어서 소련 공산주의 지배 아래 사셔야 했던 그 고통 때문에 분단 한국의 아픔을 당신의 고통처럼 느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978년 10월22일 피선직후 교황님으로 정식 취임하시던 그 식전에 우리 추기경들은 공개적으로 존경과 순명을 약속드리는 뜻으로 교황님께 하나하나 나아가 인사를 드립니다.  제 차례가 와서 제가 교황님 앞에 꿇었을 때 교황님은 저의 손을 잡으시고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이 말은 당신과 나만이 알고 나누는 말입니다”라고 전제하시며 “나는 한국을, 특히 북한을 늘 마음에 두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뜻밖이오 얼마나 놀랍고 감사스러운 말씀인지 저로서 금방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교황님, 언제 한번 꼭 한국을 방문하여 주십시오” 하고 청했습니다.  교황님은 이를 잊지 않으시고 저보고 “그대가 나를 맨 먼저 초대했어”라고 후에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진가는 관 뚜껑을 덮고서야 비로소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죽고 난 다음에야 그 사람의 참 모습을 알 수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요한 바오로2세 교황님의 경우, 그 분 생전에도 신자들의 존경과 사랑과 더불어 그분의 동정 하나하나가 온 세계의 메스컴의 각광을 받고 계셨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분의 생애와 인품의 위대함은 돌아가신 후에 더욱 빛난다는 것을 이번에 우리 모두 아니 느낄 수 없습니다.
이번에 우리나라의 신문, 방송도 어느 때 없이 교황님의 위대한 생애를 잘 알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무엇 때문 입니까?
그분도 교황으로서, 인간으로서 비판도 받고 그리스도처럼 반대의 표적이 되신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분이 그렇게도 세계의 이목과 메스컴의 각광을 받으신 것은 그분은 참으로 Star이셨기 때문입니다.  연극배우로서의 Star가 아니고, 인간으로서, 종교지도자로서, 이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로 참된 의미의 Star.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 큰 별 Big Star이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큰 별을 잃었습니다.

시작에 말씀드린대로 그분은 참으로 그리스도 안에 우리의 아버지요, 형제요, 牧者였습니다.  인류 세계를 이끄는 교황으로 선출되신 후 가치관 전도 속에  생명 존중의 상실과 테러와 전쟁 등으로 평화를 잃어가고 있는 세계 속에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위에 하느님 나라가 건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즉 교황님은 생명의 존중을 비롯하여 모든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사회 정의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한마디로 전 인류의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로서 그리스도와 같이 당신의 존재와 생명,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을 살아 오셨습니다.  이를 위해 교황님은 26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129개국을 사목 방문하셨습니다.  이것은 역사적인 일이요 유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목적은 세속적인 영예 추구나 관광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그분의 구원의 은총을, 사랑과 평화를 온 세계 땅 끝까지 전하는 牧者의 순례였습니다.

그중 두 차례는 이미 언급한대로 1984년 우리나라 교회 설립 200주년과 1989년 세계 성체대회를 기하여 오신 한국 방문입니다.  
1984년 200주년때는 서울 뿐 아니고 영호남을 방문하신 가운데 특히 5.18 민주화운동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광주를 방문하시며 아픈 마음을 위로하시고 이어서 소외와 고통 속에 사는 소록도 나환자를 방문하시어 그분들의 병든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셨습니다.  

다음날은 대구에서 사제 서품을 집전하시고 부산서는 수십만명의 노동자들과 만남을 가지셨습니다.  이어서 다시 서울에 올라오시어 성직자 수도자와의 만남, 연이어 대학 교수들을 비롯한 지성인들과의 만남을 가지셨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지칠줄 모르시는 분처럼 1분 1초도 허비함이 없이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셨습니다.  그러면서 비행기 안에서나 어디서나 언제나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여의도에서 100만의 신자들이 참석한 성대한 미사중에 우리의 103위 순교자 복자들을 성인품에 올리는 시성식을 거행하셨습니다.  
이 시성 미사 역시 역사상 처음으로 Roma 밖에서 거행된 것이었습니다.  200주년과 세계 성체대회, 이 두 번의 교황님의 한국 방문은 참으로 우리 모두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성대한 믿음과 사랑의 축제였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성체대회가 끝나고 Roma에 갔을 때 교황님 순방 여행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팀의 한분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황님을 모시고 여러 나라를 방문한 중 가장 아름다웠던 곳이 3곳이었는데 그중 하나는 교황님의 첫 번째 조국 방문이었고, 그 다음이 서울에서 있던 200주년 기념이고 참으로 아름다웠던 것이 이번에 서울서 있은 세계 성체대회라고까지 격찬했습니다.
세계 성체 대회때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때는 바티칸에서 만나는 이마다 직접 참석 않은 이들까지 전해 듣고 칭찬하셨습니다.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 교회는 선교의 힘을 얻어 신자수가 1984년 184만에서 오늘날 450만으로 배 이상이 될 만큼 큰 결실을 맺게 하였습니다.
이처럼 교황님은 가시는 곳마다 복음 선교를 위해  그 나라 교회에 격려와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어디서나 그 지역의 가난과 고통에 신음하는 이를 껴안고,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어디서나 모든 종교와의 대화를 가지셨고 아씨시에서는 세계 종교 대표들과 더불어 몇 차례나 함께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교황님의 이 같은 인간애, 인간의 존엄과 불가침의 기본 인권의 존중, 특히 신앙의 자유의 존중, 사회 정의 구현과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과 헌신은 조국 폴란드의 민주화에 이어 동서독의 통일을 가져왔고 마침내 오랜 세월 스탈린주의 억압 아래 신음하던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붕괴를 가져왔습니다.  

그리스도와 인간
이것은 교황님의 거의 모든 말씀의 주제였습니다.
그리스도를 떠나서 인간을 말할 수 없고, 인간을 떠나서 그리스도를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인간은 그리스도의 길이었고, 그리스도는 인간의 길입니다.
그리스도께 있어 인간은 그를 구하기 위하여 죽기까지 가셔야할 길이었고, 그리스도는 인간이 그분의 구원 생명을 얻기 위해 죽기까지 따라야할 길이십니다.
교황님은 이 길을 친히 가셨고, 우리에게 특히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 길을 밝혀 주시는데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또 하나 특기할 것은 내일의 主人公인 청년들에 대한 교황님의 각별한 사랑입니다.  교황님의 이 각별한 청년 사랑은 마침내 세계 청년대회를 낳았습니다.  미국 텐버, 카나다 토론토, 필립핀 마닐라, 파리, 로마 격년제로 개최된 청년 신앙대회는 어디서나 내일의 주인공인 젊은이들에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 사랑과 평화이신 그리스도를 심어주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청년들을 사랑하시는 교황님의 아버지 사랑의 결실입니다.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평화를 가져온다”라고 교황님은 말씀하시고 그 신조에 사셨습니다.
임종하시기전, 임종을 지켜본 주변 분들에게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시오.  울지말고 우리 함께 기쁘게 기도합시다” 하시며 그리스도 안에 당신 영혼을 맡기시듯 선종하셨고 신문방송들이 전했습니다.  

이 말씀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교황님과 함께 우리는 행복 될 수 있습니까?

그분이 바라신 것은 우리 인간 모두 우리의 구세주이신 그리스도, 우리를 위해 사랑으로 죽기까지 하신 그리스도, 당신을 우리 영혼의 생명의 양식으로 주신 그리스도, 그 그리스도께 두려워하지 말고 그리스도께  마음을 열고,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요한 바오로 2세께서 교황으로 취임하실 때 하신 말씀의 요지입니다.
한마디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믿고 그분을 본받아 사랑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정신을 깨닫고 살 때 이것이 참된 행복입니다.
이것이 가신 교황님에 대한 참된 추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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