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성당 게시판

눈먼 소녀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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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cholaurentio] 쪽지 캡슐

2000-03-24 ㅣ No.363

여운학님의 ’지혜로 여는 아침’에 실린 글입니다.

 

어느 눈 먼 소녀가 연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소녀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왜 연을 날리니?

아무것도 볼 수가 없으면서...."

그 말에 소녀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볼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연을 보고 기뻐할 거예요.

그리고 나도 연이 나를

하늘로 끌어당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맛볼 수 있어요."

세상에는 눈을 뜨고도 마음이 닫힌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이 볼까봐 장롱 위에 얹어 놓아

뽀얗게 먼지 앉은 연이 우리에게는 없는지요?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너를 위해 내어줄 때

하늘로 끌어 당겨지는 느낌과 같은 행복감에 젖는 게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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