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성당 게시판

[어른 왕자]아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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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bizoo] 쪽지 캡슐

1999-09-01 ㅣ No.394

 

 1. 아롱이는 96년 9월에 애완견 센타에서..

    무수한 경쟁개들을 재치고..

    워라에게 발탁되었다..

    

    사실 난 그때 말티스가 뭔지 몰랐다..

    요크샤테이아를 살려고 했는데..

    많은 애완견중에 유독 아롱이만..

    내게 친한 척을 했다..

    물론 속았다..

    이렇게 품행이 방정맞은 개인줄 몰랐다..

 

 2. 첨 아롱이를 데려왔을때는..

    손바닥에 세워 놓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개였다..

    손바닥위에 올려놓으며..

    크기를 제곤 했었다..    

 

    애완견이 잘 안 큰다고 누가 그랬던가??

    지금은 손바닥은 커녕..

    팔뚝을 대도..

    측정불가다..

 

 3. 아롱이가 어렸을때..

    그러니까 손바닥만 했을때..

    아롱이가 분실되었다..

 

    우리 식구들은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았지만..

    실패였다..

    집안 어딘가에 있겠지..

    배 고푸면 알아서 나오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포기해버렸다..

 

    아빠가 출근을 하려고 신발을 신는데..

    쩝..

    구두안에서 자고 있었다..

    참..

    변태적 취미다..

    -_-;;

 

 4. 앞 베란다에는 난을 키운다..

    아빠가 애지중지 하시는 난이다..

     

    앞베란다에 란이 30여개가 한줄로 정열되어 있었다..

    아롱이는 가끔..

    난을 감상을 하곤 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우당탕탕탕탕탕탕탕탕탕~ 소리났다..

 

    베란다로 달려가보니..

    아롱이가 젤 앞에 화분을 하나 넘어뜨렸는데..

    워낙에 정열이 잘 된 탓인지..

    아롱이가 교묘하게 잘 쓰려뜨려서인쥐..

    도미노 게임 마냥..

    30여개가 그대로 쓰려져서 개박살 났다..

 

    물론 그날저녁..

    아빠는 아롱이를 개패듯 때렸고..

    아롱이는 아빠한테 개맞듯 맞았다..

 

 5. 엄마가 소고기국을 한~다라이 하셨다..

    넘 마니 해서..

    대체 어디에다 쓸 껀지 궁금했다..

 

    워라 : 엄마.. 저 국 언제 다 먹노??

 

    엄마 : 오늘 저녁에 아빠 친구분들 오시자나..

           시장이나 가자..

 

    국을 뒷베란다에 내려놓고..

    엄마와 함께 시장에 다녀왔다..

 

    현관문을 열면..

    어디서든지 흰털을 나풀랑 거리며 뛰어나오는 아롱이..

    그러나..

    그날은 또 개거품을 물 수 밖에 없었다..

 

    흰털이 아니라 빨간털의 괴물이..

    달겨드는 것이였다..

 

    뒷베란다에 보니..

    바닥에찍힌 발자국과..

    아롱이 등에 붙은 숙주나물 대가리로 유추해본 결과..

    아롱이가 소고기국 안에서 헤엄친 흔적이 다분했다..

    아롱이는 현행범이 된 것이다..

    

    물론 그날저녁..

    엄마는 아롱이를 개패듯 때렸고..

    아롱이는 엄마한테 개맞듯 맞았다..

 

 6. 상큼한 향기에 눈을 떳다..

    아롱이가 머리맡에서 놀고 있었다..

 

    포도향이 흔근했다..

    음..

    왠 포도향이지??

    

    씻을려고 화장실에 갔다..

    거울을 봤다..

 

    으악..!!!!!!!!!!!!!!!!!!!!!!!  

    머리에 껌이 도배되어 있었다..

    별 수 없이 미장원에 가서..

    머리에 층을 내야만 했다..

 

    물론 그날저녁..

    워라는 아롱이를 개패듯 때렸고..

    아롱이는 워라한테 개맞듯 맞았다..

 

 7. 아롱이의 이름은 원래 뽀송이였다..   

 

    전에도 강아지를 키웠는데..

    숫놈이였다..

    동생은 쎄바스찬이라고 불렀고..

    워라는 장군이라고 불렀고..

    엄마는 해피라고 불렀다..

    

    우리는 저녁에 강아지 이름짓기 가족회의를 열어서..

    서로의 의견에 타당성을 주장했건만..

 

    아빠 : 쭉쭉아..!!!!!!!!!!!!!!!!!!!!!!!!!!!!!!!!!!!!

 

    별 수 없이 똥개이름보다 더 볼품없는 쭉쭉이가 되었다..

    이번에도 아빠가 아롱이의 이름을 작명하셨다..

    사실 아빠의 의견은..

    하얀색이라서 보시자마자...

    " 행주 " 라고 지으셨지만..

    우리는 안 된다고 빠락빠락 우긴 결과..

    아롱이로 낙찰을 봤다..

 

 8. 아롱이는 지가 사람인줄 안다..

    아롱이는 내가 식탁에 앉으면..

    자기도 반대쪽에 앉는 걸 에티켓의 기본으로 알고 있다..

 

    내가 벼게를 베고 자면..

    자기도 꼭 벼게를 베고 자야하는 줄 안다..

    

    가끔 내 침실이 아롱이 침실인지 헷깔릴때가 많다..

    잘려고 침대에 누우면..

    베게에 중간에 머리를 베고..

    배를 천장으로 향하고..

    절대 안 비키는 아롱이를 보면..

    할 말을 잃는다..

 

 9. 전에 자다가 퍽~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아롱이가 침대에서 자다가 떨어졌다..

    아롱이도 자기 스타일 구긴데..

    짜증이 낫는지..

    자꾸 워라를 침대 가장자리로 밀어내곤..

    중앙자리에서 잔다..

    참나..

    누가 주인인지..

 

10. 아롱이 밥은 주로 참치와 밥을 비벼서 준다..

    전에 아롱이 밥을 비비고 있는데..

    맛을 본다고 한~숟가락 먹어 보았다..

 

    엄마 : 야.. 니는 먹을께 없어서 개밥을 먹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11. 한때 아롱이를 친구에게 준 적이 있었다..

    도저히 아파트에서 기르긴 무리였다..

    어찌나 짖어대는지..

    

    혹시나 아롱이가 세진컴퓨터 랜드광고를 따라할까봐..

    좀 멀리..

    여수에 있는 친구에게 줘버렸다..

 

    아롱이가 없으니 뎁빠롱 썰렁했다..

    그럴때마다 이젠 아롱이 쉬~에 자빠질 염려도 없는데~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였다..

    그러나..

    아롱이 쉬~에 자빠지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 : 도저히 못 기르겠다..

 

    워라 : 왜??

 

    친구 : 아롱이가 자기 영역 표시인지..

           집안 구석구석마다 쉬~를 하고 다니자나..

           그리고 아롱이 지금 밥도 안 먹고..

           계속 낑낑거린다..

 

    마음이 아팠다..

    아롱이를 데릴러 갔다..

 

    내 목소리를 알아듯고..

    달겨드는 아롱이를 보자..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쩔줄 몰랐었다..

 

12. 아롱이가 미쳤다..

    광견병 주사를 안 맞춘 내 잘못도 있지만..

    이번 분명 가하의 짓이다..

    

    가하가 며칠전 집에 놀러 와서..

    침대에서 얼마나 뽕뽕~~~~~~~~~~ 거렸는지..       

    그 역한 냄새에 아롱이가 미쳤나보다..

 

    아롱이는 지금 쪼금한 인형이 자기 새끼인줄 안다..

    인간으로 치면 치매다..

    아롱이의 애정결핍을 보면..

    마음이 쓰린다..

 

    아롱이는 쪼금한 인형을 핥으며 자기 자식인줄 알고..

    워라는 아롱이를 패며 내 자식인줄 안다..

 

    결국 우린 둘다 애정결핍이다..

 

13.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도..

    아롱이는 무릎위에서..

    자빠져 자고 있다..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롱이 닮은 개쉐끼 졸라 많이 놔서..

    집안을 개판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워라..님의 글임다......

 

이거 읽구 문득..개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시는 분만.아시겠지만..저 독잡니다..

여자친구..있어도..친구마나두..

외로울때 많습니다..(물론 다들 마찬가지지만..)

울..엽기녀..집에..개새끼 두마리가.앗..실수..개를..빙자한..돼지새끼.

두마리가..있습니다..갑자기..그 놈들이 보고 싶습다..

글구 내 배위에..올려놓고 재우고 싶습다..핫핫..

참..저 절대로..배 안나왔습다..믿거나 말거나..

어른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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