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복음묵상]나를 믿지는 않더라도 그 일만은 믿으시오.

인쇄

심규태 [gwingsun] 쪽지 캡슐

2000-04-15 ㅣ No.577

 다들 판공성사는 보셨는지요

 날짜를 따져보니, 이제 18, 19일 아니면 본당에서 성사보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심판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읍시다.

 

 

 자기를 치려고 돌까지 집어든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할 말 다 하고 갈 길 가십니다. 정말 대단한 배짱입니다.

 

 이스라엘에 가본 적은 없지만, 돌맹이를 던져서 사람을 죽일 정도라면, 이스라엘 돌맹이는 우리나라 보통 돌맹이보다는 클 것 같습니다. 못해도 벽돌 정도 크기는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돌들이 눈길 가는 데마다 여기저기 깔려 있을 겁니다(직접 가보신 분 연락 주십시오). 그래야 사람 죽이지요. 조약돌 던져 봐야 따갑기만 하고, 운 좋으면 머리통이나 터지지, 어느 세월에 죽을 때까지 던지고 있습니까. 그리고, 눈에 띄는 대로 집어 던져야 하는데, 돌맹이 하나 던져 놓고 또 던져야지 하고 돌맹이 찾아서 줏어왔는데, 저~ 기 도망가고 있으면 얼마나 허무하겠습니까. 아~ 살벌한 이스라엘입니다.

 

 예수를 치려던 사람들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수가 하고 있는 하느님의 일 조차도 믿지 않습니다.

 

 예수를, 그저 기도 열심히 하다가 정신 나간 청년 정도로 생각하였다면, 이스라엘 사람들도 돌맹이까지는 집어들지 않았을 겁니다. 예수의 말 때문에, 예수가 보여주는 하느님 나라 때문에 뭔가 잃을 것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때까지 매달려 살던 율법을 버려야 하고, 내 생활의 원동력이 되어 온, 뼛속 깊이 배어 있는 내 이웃에 대한 미움을 버리고, 원수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삽니다. 그리고, 내 조상들도 다 나 처럼 살았는데, 그건 뭐가 됩니까. 돌맹이 들 만 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때 그 모양대로 살아갑니다. 먹을 거 가리고, 할 일 가리고, 살아갑니다. 아쉬울 건 없지요. 어차피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거니까.

 

 그래도, 진정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면, 예수의 얘기를 조금이라도 귀담아 들었다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지는 못했을 겁니다.

 

 

 2000년 전과 세상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어딘가에는 예수가 있고, 어딘가에는 바리사이가 있습니다. 나는 예수가 그랬던 것 처럼, 하느님 일을 하고, 하느님 뜻대로 살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내 삶을 바꿔주려 온 예수는 누구입니까. 그리고 그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혹시 내가 그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기는커녕, 비난과 독설의 돌맹이를 들고, 한마디만 더 해봐라 하고 예수를 노려보는 사람은 아닙니까.

 

 내 옆에, 돌맹이를 맞고 신음하고 있는 예수가 없는지 찾아 봅시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그에게 다가가 커피도 뽑아주고, 파스도 붙여 주고, 능력이 안되면 넋두리도 들어주고, 십자가도 한번 들어주는 척 하고, 그것마저도 힘들다면, 그냥 모르는 척 합시다. 내버려 두면 알아서 제 갈 길 갑니다. 예수는 못되더라도, 같이 돌맹이 던지는 사람만은 되지 맙시다.



4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