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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경축 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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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22 ㅣ No.80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경축 미사 강론
(명동성당, 2013년 3월 2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오늘 한국의 지역교회 주교들과 교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난 19일 성 요셉 대축일에 가톨릭 교회의 으뜸 사목자로 취임하신 프란치스코 교종께 마음으로부터 축하를 드리고 또 무엇보다도 훌륭한 새 지도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자 우리는 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베네딕토 16세께서 퇴임하신 후 온 세계의 교회는 하루하루 로마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였고, 하루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지도자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2주일째 되는 3월 13일 추기경단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대주교를 266대 교종으로 선출하였다. 베르골료 대주교께서는 교회의 수장직을 수락하며 그 순간 당신의 영혼에 들려온 말씀으로 가난과 평화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새기시며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하셨다. 선출되신 지 8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새 교종께서는 앞으로 교회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당신의 말씀을 통하여 제시하시고 다양한 행동을 통하여 암시하고 계시는 것 같다.

나는 교종께서 처음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시고 광장에 운집한 수 만 명의 교우들과 온 세상을 향하여 축복을 내리실 때 이 분의 겸허함에 놀라고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교종께서는 교우들에게 첫 강복을 주시기 전에 먼저 교우들이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힘과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청하는 기도를 올려달라고 부탁하시며 한참 침묵 중에 교우들의 축복을 받으려고 허리를 굽히고 기다리는 자세를 취하셨다. 그리고 그 후 여러 기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종의 권위를 내세우기를 스스로 포기하시는 사인을 보여주셨다. 이렇게 스스로 낮아지려는 겸손하신 지도자를 얻은 우리는 정말 복을 받았다고 생각된다.

사실 그 전에 로마에 모임이 있어 갈 때마다 바티칸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 어휘가 좀 듣기에 거북하였다. 서양에서는 교회의 역사가 오래 되어서 그럴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주교, 대주교, 추기경 등 교회 성직자들을 부를 때 각각 다른 칭호를 가려서 썼다. 예를 들어 우리말로 굳이 바꾼다면, 각하, 예하, 전하 등 외교관들이나 정부 고위 관리를 부를 때나 사용할까 보통은 잘 못 듣는 칭호를 바티칸에서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듣기에 좀 편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교종께는 거룩한 아버지, Holy Father라고 부르니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솔직한 느낌으로 좀 어색하고 거북했다. 그쪽 사람들은 여러 세기 동안 입에 익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지만, 우리 귀에는 좀 거슬렸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너희들 서로 형제이니, 스승이니 아버지니 부르지 말라고 하셨는데, 아버지도 부족해서 거룩하다고까지 붙이니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제 취임 미사에서 하신 새 교종의 강론 말씀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그분은 당신 자신의 직책을 아주 단순히 로마의 주교라고 불렀다. 한 마디 더 보태면서 베드로의 후임이라고 하셨다. 바티칸 연감에 보면 교종께 대한 여러 칭호가 8가지나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들의 계승자, 서방교회의 최고 성직자, 서방의 총대주교, 이탈리아의 수석주교, 로마의 총대주교, 바티칸 시의 군주.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아주 단순하게 한 마디로 로마의 주교로서 말한다고만 하셨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난과 단순함을 본받아 오랜 교회 역사의 과정에서 사람들이 첨가한 온갖 인위적인 권위와 명예를 생략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계실 때에도 거창한 주교관저를 포기하고 단순한 아파트에 옮겨 사셨던 것은 바로 사회적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프란치스코의 가난과 낮아짐을 실천하신 것이었다. 교종으로 선출되신 다음에도 그분께서는 다양한 제스처로 그 낮아짐과 가난의 표지를 보여주시고 또 취임 미사 강론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로마의 주교 직무에는 일종의 권력도 포함됩니다. 예수님께서도 베드로에게 권력을 부여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는 어떤 권력입니까?’ 그리고 마치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말씀하셨다. ‘참다운 권력은 섬김임을 결코 잊지 맙시다. 교종도 권력을 행사할 때에 십자가 위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을 발한 섬김으로 더욱 온전히 들어가야 합니다. 가장 힘없고,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부드러운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한국 교회도 이 교종의 각오와 의지를 깊이 새기면서 우리의 현실 안에서 그 분의 복음적 영감을 실현하도록 노력하여야 하겠다.

오늘 여러분은 내가 처음부터 계속 교종이라는 어휘를 사용하여 좀 생소하고 당황스러우셨을 것이다. 왜 그랬냐 하면, 프란치스코란 이름을 택하신 이 분의 복음적인 영혼과 삶을 드러내는데 임금이나 황제를 연상시키는 교황이란 어휘가 너무 어울리지 않는 어휘로 느껴졌기 때문에 예전에 우리 한국 교회에서 한때 사용하던 교종이란 칭호를 다시 사용한 것 뿐이다.

오늘 한국 교회는 사회에서 외형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매우 큰 힘을 갖게 되었다. 예전에 비해서 한편으로 성직자들의 사회적 위치와 권위가 상당히 높아졌으나 그것은 오히려 우리를 예수님의 복음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유혹과 위험을 충분히 계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오늘 우리는 새로 로마의 주교가 되신 분의 말씀과 행동 하나하나를 이 시대의 새로운 징표로 알아듣고 그분의 지도력과 가르침에 우리도 온전히 협력하고 따르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처 : 주교회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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