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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만 예수님(시리즈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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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klara1617] 쪽지 캡슐

2012-02-12 ㅣ No.1764

 

 

                                                                                                                                                              

 

 

 

    백 원만 예수님(첫번째 이야기)

 

 

지난해 여름까지 우리성당 앞 성전 문기둥에는 한 형제가 보초를 서며

자율적인 소액 징수금을 구걸하고 서 있었다.

어눌한 행동과 말, 두 손을 가지런히 포개 얹은 채 주일미사에 성당을 출입하는

교우들에게 하는 말은 한결같은 한마디였다.

“백 원만 주세요.” 가끔 보기는 하지만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었다.

근데 무의식중에 신경은 많이 쓰인 것 같다.  

 

왜냐면, 어떨 때 사랑 없이 그냥 순간적인 천사의 마음이 들어 천 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어주고

들어오면 미사 중 복음말씀을 듣고 있는 내 영혼에 평온한 기쁨이 일었었다.

그러나 보고도 애써 외면한 날은 속맘이 편하지 않았다.

 

때문에 난 성전 문 앞의 그 형제를 치워버려야겠다? 여기고 다가가 말을 붙였다.

“아저씨 지금 몇 살이세요?” 물으니 쉰 여섯이란다. 그럼 나보다 한 살 어리니 내가 형이네,

아예 그때부터 말을 놓아버린 후  형이 저녁 살께 같이 가자고하여 ‘한식당’으로 데려가

밥 한 끼 사주는 유세를 떨며 온갖 취조와 훈계를 했었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왜 구걸을 하느냐’   ‘야, 이왕이면 천원이지 백 원만이 뭐냐?’

‘술, 담배는 하느냐?’  ‘잠은 어디서 자느냐?’등등

귀찮았을 텐데도 의외로 그는 순수했었다. 술 담배는 절대 한 일이 없었고, 배려심 또한 있었다.

 

어느날 내가 곁에 붙어서서 얘기하면 어깨로 날 밀치며 말한다.

“형, 절로 가요. 사람들이 보면 챙피하잖아요?”

나도 말했다 “야 임마, 나도 챙피해! 내 동생이 성당 앞에서 거지노릇 한다는 게--”

“그럼 형이 날 취직시켜 주면 되잖아요?” “알았어, 그럼 다음에 올 때 이력서 써와!”

그 다음 주일 성당을 들어서는데 그 친구가 슬며시 내게 편지봉투를 건네주는 것이다.

“이건 뭐야?”   “아! 참말로, 형이 이력서 갖구 오랬잖아요?”

펼쳐보니 궁금한 게 있었다. “너 세례받았니?”   “아니유”

“근데 임마, 왜 종교란에는 천주교라고 썼어?”   “형, 내가 안에는 안 들어가도 성당에 매주 나오잖유.”

 난 웃음을 참으  며 그에게 그럼 잘 됐다 이참에 오늘 나하고 미사에 참석해서

성당분위기도 맛보고, 나중에 교리 받도록 하자 약속한 후 우린 열두시 미사에 함께 참례했다.

 

나와서 그가 내게 묻는 말 “형은 헌금 얼마했슈?”   “천원, 너는?”   “만원이유.”

나는 내심 부끄럼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나를 타박했다.

쩨쩨하게 천원이 뭐냐구, 사람들이 자기에게도 천원을 주는데 형한테는 예수님이 거지만도 못하냐구.

그는 하느님이 내게 보내준 교사였다.

그 후 그와 손잡고 식당, 백화점 청소부등 취업을 위해 다녔지만 여의치 않아

나는 그를 정릉에 있는 노숙행려자 쉼터(임마누엘집)에 입소시켜 공동체 생활을 하도록 주선하였으며

그는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음을 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그 동생이 형이 좋아하는 선물이라며 담배를 한 보루 사가지고

찾아오기도 했다. 며칠 전 만났더니 그가 네게 더 큰 선물을 터뜨렸다.

 “형 나 교리 받기로 했어.”

최후의 심판 때, 내가 묻겠지. “언제 제가 예수님한테 천원을 줬으며, 언제 제가 저녁을 대접했습니까? "

[마태복음 25장 40절]

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백 원만 예수님 (두 번째 이야기)

 

거지의행색은 아니었지만 느릿하고 어눌한 걸인의 모습으로 우리 성당 한편 기둥에서

보초를 서고 계셨던 그 백 원만 아저씨!. 성당 앞에서 백 원만을 두 손 모아 청하던 그가

지난 10월 25일 그가 거처로 둥지를 튼 '임마누엘 공동체'가있는 정릉 4동 성당에서

6개월간의 교리공부를 충실히 마친 후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그곳 주임이신

이 범주(바오로)신부님 집전으로 세례성사를 받아 거듭 태어났습니다.

 

세례 후 첫 미사는 자기가 근무했던? 청담성당에서 대부인 저와 함께 하겠다며 찾아와

지난 11월 1일 본당 교중미사에 참례하였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남모를 선행을 베푸신 청담성당 교우여러분이 계셨기에

한 영혼이 변화되어 거듭 태어났습니다.

그는 진실로 감사함을 아는 형제로 변했습니다.

엊그제 만났더니 그가 묻는 말 "대부님은 주일 헌금 얼마했수?"

나의 대답 " 야 임마! 그런 건 묻는 게 아냐, 쨔샤~." 

그의 말 "난, 만원 했는디" 

웬 걸 그리 많이 했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동사무소에서 생계비 나오면 최우선적으로

십일조와 헌금할 돈을 준비해 놓는다합니다. 게다가 요즈음은 자기를 도와준 분들을 위해

구일기도를 시작했다며 기도서와 묵주를 꺼내 보여 주었습니다.

누가 대자이며 누가 대부인지, 누가 첫째이고 꼴찌인지는 그분만이 아시겠지요.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그의 신분을 변화 시켜 놓으셨습니다.

걸인을  베드로사도로,

도움을 받던 입장에서 남을 위해 축복과 감사의 기도를 바치는 신앙인으로, --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던 말이냐?"

[루카17.17~18]

 

예수님 감사합니다. 그가 아홉에 포함되지 않는 자 되게 하여 주심에,

도움을 준 교회와 교우들에게 감사할 마음을 넣어주신 사랑의 성령님 감사합니다.

또한 그에게 세례식 때 입도록 양복을 맞춰 입혀주신 본당 성령기도회장님과

성전 문 앞에서 보초 설 때 그가 굶지 아니하고 바깥 잠을 피할 수 있도록

온정을 베풀어 주신 교우님들께 이 지면을 통하여 대부로서 고개 숙여 감사를 올립니다.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백 원만 예수님 (세 번째 이야기)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있었다.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

그러다 그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어 묻혔다.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 그래서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였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 너는 살아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루카16.19~25]


내가 잘 알고지내는 부자와 거지의 아름다운 얘기입니다.

평소 나와는 형님아우처럼 지내는 그 부자는 이 시대 사회복지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었고, 또 몸소 자선과 봉사를 실천하고 계셨다.

배고픈 이들을 위해 오래 전부터 노숙자무료급식을 해 왔으며,

거처할 곳 없는 가난하고 불우한 형제들을 위해 정릉에 무료 쉼터를 운영해 온지도

어언 이십 여 년이 지났다.

 

몇 해 전 강남의 청담동성당 아름다운 성전 문 앞에서 백 원만 달라며

구걸하던 걸인이 있었다. 나는 오 갈 데 없는 그 걸인을 부자에게 얘기하여

그곳 공동체에 입소시킨 후 그곳에서 세례도 받고 견진까지 받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대자인 걸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인인 부자회장님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으니 대부님이 와서 기도해 달라고 급히 전한다.

며칠 뒤 가서 보니 걸인이었던 그 형제가 부자를 간병하며 도와주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혀를 식혀줄 정도가 아니라 대소변까지도 수발을 하며

도우미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지금은 부자가 어느 정도 회복되어 재활치료를 받으며,

때론 함께 공원도 산책한다고 했다.

 

보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 부자와 거지의 동행인가?

성경에 나오는 라자로는 천사들이 하느님 품으로 데려갔고,

가난한 거지에게 무관심했던 부자는 죽어 땅에 묻혔다.

 

이 시대에도 거지 라자로는 우리의 문전에 앉아있다.

함께 아브라함의 품에서 천국의 삶을 사는 것, 그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거지 라자로는 천국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아닐까?

 

가난한 걸인을 외면하지 않고 보살펴 준 부자는 당신이 가장 힘든 지금

라자로의 도움을 실질적으로 받고 있지 않은가.

살아서 함께 천국을 누리는 그들이 아름답다.

 

 

 

 

 

                                                                                                                                               

 

 

         거듭 태어난 '백원만 아저씨' 이제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있습니다

 

   

  

     

  

  

                

 

 

 

  

       

             

       

    

  

 

 

  

# 하느님의 사랑은 놀랍지않습니까? 

사진을 통해 변화되어가는 '백원만 예수님'의 인상(얼굴표정)을 눈여겨 봐주세요.

 

백원만 예수님과 소금창고지기와의

아름다운 동행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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