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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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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베네딕도) [hawhetal] 쪽지 캡슐

2000-09-15 ㅣ No.1558

지난 토요일 유치부 교리 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교사가 부족해서 이번 학기에는 제가 유치부를 맡기로 했거든요.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직접 교리를 한다는 사실에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되고...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는 내 마음과는 달리, 교리시간에 맞춰 온 아이는 단 3명!

 

’어라? 이....쒸....씩씩’ (속으로만)  

 

 

엄마들이 옆에 있어서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서도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라습니다.

 

하지만 ’세 명이라도 온 게 어딘가’ 자위하며 올망졸망한 아그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새로 온 선우(그라시아)가 글쎄 내 손을 냉큼 잡고 따라오는게

 

아니겠어요? 그와 거의 동시에 역시 새로온 성훈이가 반대편 손을 꼬옥~

 

쥐는거에요.   아! 감.동  ^!^

                          o

장난꾸러기 상훈이를 앞세우고, 양 옆에는 새로온 두 아이 손을 잡고 유아실로

 

향하는 사이 심술같던 제 마음이 어느새 깨끗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유아실에 들어서면서부터 걱정과 한숨이~~~.  

 

’이 아이들(6-7살)을 데리고 모하고 놀까?’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특히 톡톡 튀는 상훈이 녀석은 잼있게 해달라고 떼쓰는데 ..........휴 (’’;)

 

 

페스탈로찌 아저씨 얘기를 해주려고 준비했는데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아이들이 뭘 좋아할까?’ ’무슨 얘기를 해줘야 집중할까?’ 궁리하고 있는데.

 

한솔(로사), 민진(요한나마르크), 지수(스테파노), 소영(아녜스)가

 

차례 차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기충천, 용기백배!!

 

 

하여 출석부를 바닥에 깔아(?)놓고 아이들과 읽어 나갔습니다.

 

한눈 팔던 상훈이 까지 집중하더군요.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눈치가 역력...

 

왜 있잖아요. 서로 반박자 빨리 읽으려고 애쓰는 거.

 

 

나는 .."김" "한" "솔" "로" "사" ... 이렇게 또박또박 읽는데

 

아이들은 "김한" "솔" "로.사" 이렇게 읽더라구요.. ^^

 

아무튼 열세명의 아이들의 이름과 본명, 주소에다가 전화번호까지 다 읽는데

 

한아이도 한눈 팔지 않았습니다. 쿠쿠 ^^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을 소파에 앉혔습니다.

 

헌데 아이들이 서로 제 옆에 앉으려고 하는 바람에 잠깐 실강이를 벌여야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착해서... 금새 자리가 정돈이 되었지요.

 

 

드디어 준비했던 ’페스탈로찌 아저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아들을 모아서 기르고 가르치던 이야기..

 

반항하고 가출한 소년에게 한없이 따뜻하게 대해주던 아저씨의 고운 마음씨 ... 등등

 

제 나름대로 연출하고, 연기하는 사이에 제가 페스탈로찌가 된 양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유치부 아이들에게 조금 어렵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이미 사라지고 ...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속에 빠져들고 싶은 욕심과

 

너무도 해맑은 그 표정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치원 교사를 하는 어떤 수녀님이 이런 글을 썼더군요.

 

 

"교사는 내 아이의 첫사랑입니다.

 

부모님의 신뢰깊은 격려가 있다면, 교사들은 더 힘있게 지낼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아이들의 첫사랑인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축하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샌님들!!

 

 

예정된 시간을 다 마치면서 아이들과 함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당’을 했습니다.

 

좁은 유아실에서도 그게 가능하더라구요. 넘 잼있게 놀았습니다.

 

내가 일부러 안잡는 줄도 모르고 아이들은 마냥 좋아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저도 행복했습니다.

 

 

 

이 행복을 담아서 하회탈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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