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젊은 아줌마 부대 산에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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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희 [hyh2001] 쪽지 캡슐

2000-10-30 ㅣ No.5213

< 가을 단풍 >

 

유난히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아침해가 떠올랐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자모회에서 옥외 행사로 소요산 등반을 하는 날이기 때문....

어린시절 소풍의 설레임 만큼이나 약간은 설레인다. "엄마, 엄마..." 불러대는 아이들로부터 남편으로부터 잠시나마 떠날 수있는 날이다.

결혼한 이후, 삐약거리는 꼬마들이 식구가 된이후 가족들을 떠나 나만의 여행이란 꿈도 꾸기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다. 12명의 자모회 회원들 모두 비슷한 여건 속에 오늘을 설레임으로 기다려 온듯하다.

  부지런히 이이들을 학교로 보내고 성당으로 향했다. 산뜻한 옷차림의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등산화를 신고 계신 젬마수녀님과 개나리 보찜을 짊어지고 계신 강신부님도 우리들과 한 팀이되어 떠날 준비를 하고 계셨다. 연령회 장회장님이 딸같은 우리들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 주시어 소요산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12명회원중 5명은 일상적이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함께 할 수가 없었다.

  9시 30분쯤 출발하여 11시 30분쯤 소요산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신선한 공기가 우리들을 감싸고 빨간 단풍들이 반갑다고 손짓한다. 우리들의 힘든 외출을 아시는 듯 하늘도 유난히 푸르고 맑다. 약간은 차가운듯한 바람과 단풍사이를 뚫고 느껴지는 양지의 따뜻한 햇살! 축복 받은 가을 날씨의 신선함이 온 몸을 감싼다. 일행모두 간혹은 1년만에 아니면 처음 등산을 한다는 자매님도 있었다.

  우린 소녀가 된 기분으로 재잘대며 산속의 신비를 체험하러 한발 한발 내 딛기 시작했다.

빨간 단풍잎들과 이름모를 갈색의 나뭇잎들사이를 걸어 등산로 입구에 도착. 정상 의상대를 돌아 내려오기로 하고 출발!!!

처음부터 꽤 가파른 산행을 시작 하였다. 울퉁불퉁한 바위들을 30분쯤 오르니 "아! 이건 장난이 아니야."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쯤 가볍던 다리가 천근 만근 무거워지며 힘들다는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아점으로 싸가져온 김밥을 먹고 다시 출발을 외쳤다.

" 한발 한발이 우리를 정상으로 이끌거야. " 하며 서로서로를 격려하면서... 선발대로 성격이 활달한 윤아녜스가 신부님과 함께 나르듯 오르고 "뒤지면 못가" 하는 나와 글라라, 프란체스카,엘리사벳이 그뒤로, 수녀님과 듬직한 우리 회장님이 율리안나 부회장님의 이끌림으로"끙끙!!!" 거리며 열심히 따라 올랐다."힘내" 하며 한치 앞만 보느라 주변의 아름다운 단풍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계속되는 오르막 길을 걷고 네발로 기어오르고 하며 1시간쯤오르니 상백운대! 산 아래 펼쳐진 전경은 둥글둥글한 단풍의구릉들이 떨러져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듯 아름다웠다. ’자연의 신비 앞에 어찌 창조주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찬미하지않으리!! 땀을 흘리고 수고한 자만이 볼 수있는 위대한 작품이아닐까? ’ 이곳부터는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지고 나한대를 거쳐 최고봉이라 할수 있는 해발 587m의 의상대에까지 올랐다.

 " 이것이 험란한 인생길과 같은 것이 아닐런지요." 하시는 강신부님의 말씀에 공감하며 힘들어도 서로 격려 하며 잡아주고 끌어주는, 서로 의지하는 힘이 있기에 서투른 초행자들까지 탈락함이 없이 모두 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으리라. 정상에서 간단히 기념 사진을 찍고 매월 하는 마니또를 산위의 천사가 된 기분으로 개봉하고 큰소리로 한방탕 웃고 산을 내려왔다.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도 있다는 진리처럼 정상의 기쁨은 잠시. 가파른 바위들을 엉금엉금기어서, 낙엽쌓인 길을 미끄러지며 지친 다리를 끌고 내려오는 것은 오르막 못지 않게 힘들었다.

 우리는 5시간쯤 생각했던 산행을 4시간 만에 산뜻한 기분으로 해낼 수 있었다.

가정에서 운동량이 부족해던 탓에 조금은 걱정을했었는데... 강신부님 젬마수녀님 그리고 젊은 아줌마 부대는 용감하게 아무런 사고없이 소요산 정복을 성공했음에 자축 할수 있었다.

  오랜시간 우리를 기다려준 장회장님께 감사드리고 잠시의 산뜻한 여행을 마련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자모회 회원모두 오늘의 아름다운 소요산 추억을 간직하며 앞으로 주일 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우리들의 필요한 손길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어야 겠다고 생각해 본다.

 

 

 

 "오늘의 산행에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신 예수님의 고통을 억만분의 1쯤은 느끼지 않았을까?????"

 

2000. 10. 27. (금) 자모회 옥외 행사로 소요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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