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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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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명 [sooki49] 쪽지 캡슐

2008-07-21 ㅣ No.1523

엄마가 중풍으로 낙엽처럼 쓰러진 뒤부터 나는
밤이면 밤마다 엄마의 방문앞에 요를 깔고 잠을 잤다.
 
엄마는 밤마다 아무도 없는 응접실을 향해
몇 개의 계단을 지나 질질 끌리는
발걸음을 위태롭게 옮겼다.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엄마의
응접실로의 탈출은 차마 몇개의
계단을 채지나지 못한채 벌목 당한
나무처럼 큰 소리를 내며 무너지곤했다.
 
잠결에 튀어나온 내가 엄마를 부축해 이르키자
엄마는 "마당에 가서 장독대 뚜껑을 덮어야 혀"라고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그 뒤로 엄마의 문앞에는 장남감 같은
배꼽높이의 플라스틱 옷장이 장애물로 등장했다.
 
그 옷장을
엄마는 밤이면 밤마다 넘었다.
 
그 힘은 어디서부터 오는걸까?
 
장애물을 넘다가 넘어지고는 다시
"간장독에 비들어가면 안되야 "라고
신음소리를 냈다.
 
그 후로 엄마의 문 앞에 나는
밤이면 밤마다 요를 깔고 누워 철조망이 되었다.
 
엄마는 차마
이 집의 가장인 나를 넘을 수 없어
방안을 빙빙 돈다.
 
엄마의 발 끄는 소리는 밤새
나의 신경을 자극한다.
 
마치 사금파리로 돌담을 긁듯
그렇게 내 무딘 잠을 긁고 있다.
 
간장독은
엄마의 무덤이고
 
엄마는
나의 상처다.
 
응접실엔 간장독 대신
어항하나가 남아   , 물고기를 몇 마리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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