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성당 게시판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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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민 [jong0623] 쪽지 캡슐

2001-11-24 ㅣ No.3045

    새벽녘 엄마와 함께 우유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빠는 온종일 아무 말 없이

     

    어둔 방안에만 있었습니다...

     

    좁은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함께 생활하며

     

    서로 부딪히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루는 남동생이 방안으로 다 떨어진

     

    운동화를 가지고 들어와 엄마에게

     

    새 운동화를 조르며 울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는 날이면 아빠는 늘 엄마에게

     

    천원짜리 한장을 받아들고 나가서 술을

     

    한 병을 사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죄인처럼 곰팡이 핀 벽을 향해 돌아앉아

     

    말없이 술을 마셨습니다...

     

    어느 날 밤늦은 시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곰팡이가 피어있던 천정엔 동그랗게 물이 고였습니다

     

    그리고 한 두 방울씩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빗물이 방울져 내렸습니다

     

    엄마는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다급히

     

    양동이를 받쳐놓았습니다

     

    엄마의 안타까움에도 돌아누운 아빠는 말이 없었습니다

     

    아빠는 며칠 전 우유 배달을 하다가

     

    오토바이와 부딪쳐 팔을 다쳤습니다...

     

    며칠째 일도 못하고 있었기에 아빠의 아픔은 더욱더 컸습니다

     

    아빠는 한쪽 손에 깁스붕대를 한 불편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마음 아픈 날이면 늘 그랬듯이 엄마에게

     

    천 원 짜리 한장을 받아들고 천둥치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빠는 새벽 1시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엄마와 나는 우산 하나를 받쳐들고 대문 밖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어느 곳에도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들어서는데...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폭우 쏟아지는 지붕 위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아빠였습니다...

     

    아빠는 천둥치는 지붕 위에 사나운 비를 맞으며

     

    외롭게 앉아 있었습니다...

     

    아빠는 깁스한 팔을 겨우 가누며

     

    깨어진 기와 위쪽 위에 우산을 받치고 있었습니다...

     

    비바람에 우산이 날아갈까 봐 한 손으로

     

    우산을 붙들고 있는 아빠 모습이 너무나 힘겨워 보였습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아빠를 부르려했습니다

     

    하지만 눈물에 젖은 채 엄마가 말했습니다

     

    " 아빠가 가엾지만 지금은 아빠를 부르지 말자...

     

    너희들과 엄마를 위해서 아빠가

     

    저것 마저 하실 수 없다면 더 슬퍼하실지도 모르잖아... "

     

    엄마는 목이메여 더 이상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빠를 바라보는 내 눈가로

     

    끝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가난을 안겨주고

     

    아빠는 늘 아파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아빠는 천둥치는 지붕 위에서

     

    가난을 힘껏 들어올리고 있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하얗게 새벽이 올 때까지...

     

    아빠~ 정말 사랑해요..정말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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